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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尹대통령, 고통도 말해야 한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2-05-24 17:24

이규화 논설실장


대통령 당선 자체가 시렁에서 떨어진 호박 격인 윤석열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대통령실 이전을 놓고 얼마나 말이 많았던가. 비록 옹색하지만 새집에서 손님맞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떠날 때 엄지를 세우며 "당신을 신뢰한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 모습에 이번 회담의 성과가 농축돼 있다. 윤 대통령은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는데, 이번 손님맞이에 그 점을 활용했고 다행히 주효했다.


회담을 앞두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 듯하다. 단독 정상회담과 소인수회담 자리로 이용한 집무실 소파와 가구 배치는 백악관 오벌 오피스를 옮겨놓은 듯했다. 양쪽 두 개의 팔걸이 1인용 헤드 체어, 그 앞으로 각각 나란히 3인용 소파가 놓였다. 그것도 한국에서 '전제적일 만큼' 유행하는 가죽소파가 아닌, 백악관처럼 패브릭소파로 깔맞춤했다. 스타일은 물론 색깔까지 비슷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의 화려한 장식들을 다 걷어내고 미니멀 기조로 오벌 오피스를 꾸몄다고 알려졌다. 손님의 취향에 맞춰 화려하진 않지만 격조 있는 간결함으로 어수선함을 커버한 것이 적중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다른 운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현 여론 추세라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승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민주당이 누렸던 '야당 복'이 교대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광역단체장에서 4곳 승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2018년 국힘의 참패가 올해는 민주당의 것이 될 수 있다. 2018년 25개 서울 구청장 중 딱 1개만 건졌던 국힘이 이번에는 최대 20곳 이상의 당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3·9 대통령 선거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변의 절정은 계양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가 무명에 가까운 국힘 윤형선 후보에게 고전하고 있다. 지난 19일 이후 발표된 3곳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모두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계양을 지역구의 이변을 '의식혁명'이라고 부른다. 주민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과 국힘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한국갤럽 5월 셋째 주 조사에서 국힘 43%, 민주당 29%로 1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의 지지율 추락은 대선 패배 후에도 퇴행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이라는 비판에도 정권 임기 종료 일주일 남겨놓고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대선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가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 자리를 전 대선후보가 받았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명분과 염치가 있어야 하는데, 대선후보가 패배한 지 두 달 만에 연고도 없는 지역구 선거에 나오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 한다. 그래놓고 비대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잘못했으니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계양을 지지율의 수수께끼가 이해가 된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민주당이 들고 나온 것이 민영화 테제다. 이재명 후보는 '전기·수도·공항·철도 등 민영화 반대'라는 문구를 최근 SNS에 올렸다. 그러자 송 전 대표 등 많은 의원들이 같은 글을 올리거나 퍼 날랐다. 구조조정을 연상시키는 민영화를 이용해 대중을 선동해 보려는 게 민주당의 의도다. 광우병과 촛불의 추억이 어른거린다. 여당과 정부는 민영화의 '민'자도 꺼낸 일 없다고 불을 끄느라 난리를 피웠다.

국힘과 정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로 가겠다고 했다.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방만하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개혁하는 일은 그 출발점 중 하나다.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 비효율 공공부문을 개혁하면 추가적 부가 창출되고, 그건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당당히 민영화의 필요성을 외쳐야 한다. 민주당의 선동을 되받아쳐야 한다. 그런데도 국힘과 정부는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비겁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선동된 대중에 의해 각기 국정동력을 잃었고 탄핵됐다.

초기의 운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숙제다. 야당의 능수능란한 선전 선동에 대중은 언제든 반역할 수 있다. 계양을 '의식혁명'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뒤로 숨지 말고, 비겁하지 않게 할 소리는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고통도 말해야 한다.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尹대통령, 고통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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