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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경제 복합위기, 결국은 생산성 향상이 해법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2-06-12 18:51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칼럼] 경제 복합위기, 결국은 생산성 향상이 해법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15일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증후가 뚜렷하고, 물가상승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회의 직후 당선인은 인수위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거시경제 점검 간담회를 지시한 바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마당이 들어가 있다" 는 표현으로 처음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물가대책을 비롯한 민생회복에 최우선적 정책순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신정부는 법인세, 부동산세 완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 등 부분적인 대책만 나열할 뿐 아직도 특단의 종합적 복합위기 대응책은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적인 대책들이 전부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시장반응은 극히 회의적이다.
이제 '복합위기 증후' 발언이 있은 지 2개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경제복합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는가?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1년 전보다 5.4% 오르며 지난 4월(4.8%) 보다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만에 최고기록이다.

코로나 규제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분기의 전분기 대비 실질국내총생산 (GDP)성장률은 0.6%에 달해 지난해 4분기 성장률(1.3%) 보다 0.7%포인트 하락하였다. 1분기 성장률을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 거리규제 완화 등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0.5%), 건설투자(-3.9%) 설비투자(-3.9%)등 소비,투자 관련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그나마 수출(3.6%)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으나 이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복합위기'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들을 상정해야 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보통 '경제복합위기'는 두 가지 종류의 위기를 의미한다. 그 첫번째 형태의 복합위기는 IMF가 정의한 대로 국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결합된 소위 '쌍둥이 위기(twin crisis)'를 말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일환으로 한국경제가 경험한 소위 'IMF 금융외환 위기'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형태의 복합위기는 금융부문 위기가 실물부문 위기로 파생되는 형태의 복합위기이다. 2007~2008년의 전세계적 대불황(Great Recession)은 미국의 부실 부동산 대출(Sub-prime mortgage loan)과 금융권의 과도한 파생상품 발행에 기인한 금융위기로 출발하며 실물부문 위기로 전이되면서 복합불황을 가져왔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한국경제 복합위기의 '증후'를 분석해 보면 현재의 상황은 첫 번째 유형의 '복합위기'로 향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두 번째 유형의 '복합위기' 가능성은 훨씬 낮아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채나 한계기업의 금융부채 등이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1997~1998년의 'IMF 위기' 때처럼 대규모의 대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국내 금융위기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급격한 대외수지 악화-환율 하락- 외환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내생적 금융위기가 복합위기를 촉발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상당 부분의 가계대출이 미국의 부동산 가계대출과는 달리 담보비율이 낮은 부동산담보 대출이며 1990년대초 일본경제가 겪었던 부동산 가격의 대폭 하락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를 방치할 경우 향후 예상되는 금리인상과 맞물려 일종의 '부채의 늪(debt overhang)'을 이루어 소비나 투자 억제효과가 나타남으로써 정부의 코로나 이후 경기부양정책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지난 6월 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04.3%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홍콩(95.3%), 영국(83.9%) 및 미국(76.1%)등이 뒤를 이었으나 가계 빚 규모가 경제 규모보다 큰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특히,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103.6%)보다 0.7%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영국(-7.2%포인트), 미국(-4.7%포인트) 및 일본(-4.6%포인트)등 주요국이 코로나 위기가 수습되면서 4%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경기회복에도 감속 속도가 극히 비탄력적이라는 점은 가계부채가 정부의 경기회복, 성장율 제고 정책을 무력화 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외부감사기업 1만782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21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임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2017년 28.1%에서 2021년 34.1%로 증가하였다. 만일 조달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한계기업의 비중은 47.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한계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이라 대기업들의 부도사태로 이어진 1997년 IMF 금융위환 위기 때와는 금융위기의 확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금리 인상-임금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가속될 경우, 대규모의 가계부채 부실과 중소기업 부채 부실로 이어져 복합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유·식량 가격 상승, 세계공급망 붕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하에서 복합위기를 예방하는 최선의 정책은 정책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대응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일단 인플레 압력을 줄여나가는 것과 동시에 총공급곡선을 다시 오른쪽으로 원상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원유, 식량 등 원부자재에 대한 관세인하, 법인세, 부가가치세 및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를 조기에 실행할 필요가 있다.

결국 'S(stagflation)의 공포'로 알려지고 있는 '경제복합위기'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불가피한 금리 인상의 총수요 억제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모든 경제단위(가계, 기업, 정부)가 원가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는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거시경제이론은 생산성 제고에 의한 총공급곡선의 회복과 확장만이 스태그플레이션 탈출의 유일한 해법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신정부가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탈출의 '엑소더스' 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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