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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신선하거나 비리거나…리더의 말, 말, 말

우인호 기자   buchner@
입력 2022-06-14 18:19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신선하거나 비리거나…리더의 말, 말, 말
#1. "필요하면 또 해야죠." 다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신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표현대로 '정치물이 덜 든 대통령'이기에 나온 말이었을까.


지난주 정부 핵심 요직에 검사 출신 인사들이 '도배'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좌파 언론뿐만 아니라 우파 언론마저 펜 끝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와중이었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프레임이 견고해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을 것"(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는 "국민 말씀에 귀 기울이겠다" 정도의 말이 나올 수순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정면 돌파해버린다. 도어 스테핑(Door-stepping,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약식회견)이 즉문즉답이라곤 하지만 고심하지 않고 나온 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꼭 필요했기 때문에 검사 출신이든 아니든 그 사람이 적임이었기에 지명했다는 얘기다. '검찰 편중 인사' 비난 여론에 기폭제가 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검사 출신이든 아니든, 혹은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기용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여성 인재 발탁 미흡에 대한 지적이 나왔을 때 윤 대통령은 솔직하고 간결하게 "시야가 좁아서 그랬다"고 시인(이 또한 파격적이었다)하며 기조를 선회한 바 있다. 이번엔 달랐다. 다르지만 일관성이 엿보인다.

사족 하나. 이복현 금감원장의 '미션'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금융소비자 보호든, 금융리스크 관리 체계든, 라임이든, 루나든, 업비트든 뭐든 사실 상관 없다. 다만, 이것 하나만은 명확하다. 금감원 검사역들을 상대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이다. 다만, 명시적인 증거가 문제인데 증거는 검사가 가장 잘 찾는다. 못 찾으면? 인사실패인가.

#2.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 번 해보겠습니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비린내가 났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말처럼 "여태 그럼 타인을 위한 정치를 해 왔다는 건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기는 과정에서 제 개인이 자기 정치 측면에서 입은 피해는 너무 심하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는 저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를 했다. 제 선거가 아니었다. 제가 책임이 있는 선거지, 제 선거가 아니지만, 목숨 걸고 뛰었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혁신위원회 구상과 우크라이나 출국을 '자기 정치'라고 비난한 당 중진(정진석 국회 부의장)의 비판을 여의도 문법으로 맞받아쳤다. 단어를 단어로써 되갚는 현란한 기술이다. 아직 '흑화'(黑化)되지 않아 더 강력한 파워를 느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선조도 '자기 정치' 하나만은 잘 한 지도자로 평가되는 걸 보면 이 대표의 제대로 된 자기 정치를 보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에게도 '자기를 위한' 일관성은 있어 보인다.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이달 말이면 국민의힘 당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물론 지난 4월 당 윤리위가 공소시효가 지난 '성상납 의혹'은 빼고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의제로 징계절차에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국민의힘 혁신의 출발은 혁신위가 아니라 윤리위 징계 수위일 수 있다.

사족 둘. 김철근 국민의힘 대표 정무실장이 이 대표의 성접대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생면부지의 A씨에게 써줬다는 각서(약속증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2월 초순까지 7억원의 투자유치, 투자기한 3년, 월 1부(투자수익률로 해석된다)가 각서의 주요 내용이다.

내가 A씨라면, 투자 기한과 투자 수익률을 기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김철근(또는 이준석)이라면 영혼을 끌어서라도 7억원을 마련해 줬을 것이다. 투자 유치의 대가가 월 1부다. 3년 동안 연 12%의 투자 수익률이 보장된다. 그런데 투자하지 않았다. 투자 했다면? 인생역전인가.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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