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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발암물질 공포, 문제는 노출 양과 빈도다

오피니언 기자   opinion@
입력 2022-06-15 18:33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칼럼] 발암물질 공포, 문제는 노출 양과 빈도다
발암물질을 비롯한 만성 독성물질 공포가 도를 넘고 있다. 이제는 공원·쇼핑몰·산책로·주거단지에 놓여있는 조경석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조경석에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석면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고 있는 용산기지의 토양·지하수가 벤젠·다이옥신·비소 등의 '맹독성' 발암물질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만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식약처도 박테리아에서 유전독성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새로 등장한 발색 샴푸를 퇴출시키겠다고 야단법석이다.
화학물질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기대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세상 만물이 화학물질로 되어 있다는 것이 명백한 과학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의 몸도 화학물질이다. 그런 화학물질 중에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물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해물질은 흡입·접촉·섭취 등의 경로로 노출되는 경우에만 독성이 나타난다. 독성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파라셀수스가 '용량이 독(毒)을 만든다'고 했던 것이 바로 그런 뜻이다. 그래서 아무리 독성이 강한 유해물질이라고 하더라도 노출량이 충분히 적으면 어떠한 독성도 나타나지 않는다. 반대로 독성이 아무리 약한 유해물질도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흡입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편식을 하는 대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실내 공기의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해물질의 독성은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급성 독성물질은 뱀·복어·버섯의 독처럼 한 번만 섭취해도 당장 치명적인 독성이 나타난다. 연료의 불완전 연소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연탄가스)도 급성 독성을 일으킨다. 복숭아·새우·땅콩처럼 급성 알러지를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있는 식품도 있다. 이산화탄소나 헬륨 가스도 급성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인체에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산소의 공급을 차단시켜서 질식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발암성은 대표적인 만성 독성이다.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만 암이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어쩌다가 몇 번 상당한 양의 발암물질에 노출된다고 해서 암에 걸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발암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경석에서 석면 가루가 비산(飛散)되고, 토양·지하수가 오염되었다는 용산기지를 방문한다고 당장 사람들이 암에 걸리게 될 가능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과학적으로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발암물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Group 1)으로 분류하는 발암성 화학물질은 70여 종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1군 발암물질을 멀리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체 발암물질인 술(알코올)·담배·젓갈·숯불을 기꺼이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인체 독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유해물질을 애써 가까이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유해물질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강박관념에 시달릴 이유는 없다.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건강에 더 나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의 정체와 피해를 발생시키는 노출 경로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유해물질의 독성을 피하는 방법도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노출량과 노출 빈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은 양이라도 석면이 비산되는 실내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실내·작업장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석면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지속적으로 흡입하면 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원의 조경석에서 비산되는 석면은 바람에 의해 흩어져버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피해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석면이 포함된 사문암·백운함·석회암을 독약처럼 무서워해야 한다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은 지나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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