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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칼럼] 암호화폐, 화폐가 못 되는 이유

   
입력 2022-06-16 18:53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진수 칼럼] 암호화폐, 화폐가 못 되는 이유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 저장수단, 회계단위의 세 가지 기능을 한다. 교환의 매개수단은 우리가 물건을 사고 팔 때 화폐를 주고 받는 것이다. 가치 저장수단은 우리가 보유한 화폐로 미래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단위는 사과 1개의 가격을 1000원이라고 하는 것처럼 물건의 가격을 화폐 단위로 표시하는 것이다.


현대 경제에서는 국가가 무엇이 화폐인가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화폐를 법정통화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국가에서는 지폐를 법정통화로 사용하는데, 지폐는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현재 암호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회계단위로 거의 기능하고 있지 못한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일부 암호화폐는 가격이 매우 높아 가치저장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정통화가 아니다. 따라서실질적인 화폐 기능이나 형식적인 법정통화 여부를 고려할 때 현재 암호화폐를 화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암호화폐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처럼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현재 암호화폐는 가상자산으로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내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의 사회적 가치는 그 블록체인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용한 역할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금융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화폐를 주고 받는 중앙집중형이다. 중앙집중형 금융시스템에서는 금융기관이 중개기관으로서 수익을 얻는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에서는 분산된 다수가 공동 결정하므로 중개기관으로서의 금융기관이 필요하지 않고 거래자들이 직접 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중개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블록체인 시스템의 이점이 아직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은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2009년 도입된 비트코인이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쓸모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가격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흔히 경제에 있어 화폐는 인체에 있어 혈액에 비유된다. 인체에 혈액이 원활히 순환되어야만 건강하듯이 화폐가 모든 경제참가자에게 이용 가능하고 적절히 유통되어야 경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화폐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현대 국가에서는 중앙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립적인 공공기관인 중앙은행이 법정통화를 독점적으로 발행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국가의 경제활동이 적절히 이루어지도록 화폐량과 이자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 안정의 보루로서 위기 시 통화를 추가로 발행하고 이를 금융시장에 공급해 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최근의 예로는 2020년 3월 미국 중앙은행이 코로나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 불안정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채권 등을 매입해 금융시장에 통화를 공급함으로써 미국 금융시스템 안정 및 경제회복에 기여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미국 중앙은행의 조치가 없었다면 코로나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 및 경제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고 경제 회복도 더욱 어렵고 오래 걸렸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가 화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현재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화폐가 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비트코인과 같이 그 발행 최대규모가 정해져 있어 그 이상 발행할 수 없는 암호화폐는 먼저 보유기회를 가진 세대와 이후 세대간 암호화폐 보유규모가 다르게 된다. 이 경우 사람들이 화폐로 사용하게 되어 그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세대별로 이익이 달라지는 불공정이 발생한다. 또한 암호화폐를 추가 공급할 수 없어 시스템 위기에도 취약하다.

한편 발행 조건 및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누가 그 발행 조건 및 규모를 결정할 것인가가 이슈이다. 최근 루나·테라 사태에서 보듯이 소수가 그 발행 조건과 규모를 결정할 경우 그 소수의 결정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하는 견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화폐는 경제에 반드시 필요하고 그 영향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미치기 때문에 공공의 영역에서 투명하게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견제하에 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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