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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메타버스시대 `디지털 격차`, 다시 고민해야

안경애 기자   naturean@
입력 2022-06-19 18:21

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메타버스시대 `디지털 격차`, 다시 고민해야
"누구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계정 한 두 개는 있듯이, 조만간 아바타 하나씩은 두고 활동하게 될 겁니다. 그 때가 오면 목소리부터 신체, 몸짓, 필체까지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이 IP(지식재산)가 될 겁니다."


최근 만난 한 메타버스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얘기다. 그의 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게임회사 에픽게임즈의 게임 '포트나이트'에서는 게임 속 콘서트로 수백억의 매출이 발생한다. 오프라인 콘서트의 10배 규모다. 힙합가수 매드클라운은 고무장갑을 뒤집어쓰고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부캐릭터(부캐) '마미손'을 가상세계에 데뷔시켰다. 지금 마미손은 본캐(본캐릭터)인 매드클라운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한 사람에서 파생된 부캐는 한 명일 필요가 없다. 서로 다른 가상공간에서 성격도 특기도 다른 모습으로 활동한다. 경제적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부캐는 삶과 죽음의 경계, 물리적 한계도 뛰어 넘는다. 한 메타버스 기업은 이미 고인이 된 유명인을 아바타로 만들고 있다. 비록 유명을 달리했지만 대중들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한다.

이런 흐름을 앞서가는 것은 MZ세대다.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에 대한 높은 접근성과 친숙함,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기술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활동한다. 평범한 개인들도 SNS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부캐를 만들고 세상과 소통한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메타버스 행성'에서의 삶에도 기꺼이 뛰어든다.

돈과 기술이 있는 대기업과 기술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빠르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재 확보, 신사업 전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방송·연예계와 인터넷·게임업계는 물론 제조·유통기업들까지 메타버스에 올라탔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선 안 될 키워드가 '디지털 격차'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기술 접근성과 활용능력에 따라 삶의 질이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MZ세대와 기술에 앞서가는 이들은 메타버스 세상에서 기회를 찾지만 다른 한편에선 스마트폰을 쓰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외국인들은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은행 일을 보거나 민원서비스를 받는 데도 난관을 겪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격차가 삶의 격차로 직결됨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네덜란드 화학자 폴 크루천은 인류가 지질시대의 마지막인 충적세를 지나 2000년을 전후해 '인류세'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영향력이 지구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메타버스와 아바타 세상은 인류세 너머의 시대를 예언한다. 인류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 기술이 여는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감을 시사한다.

문제는 디지털 격차가 단순한 '불편'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기회의 창이 열리느냐 닫히느냐의 문제다. 센서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자율주행차는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가져다 주겠지만 반대로 '이동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 정밀의료는 인류를 무병장수의 꿈에 더 가까이 가져다 주겠지만 '건강 격차'는 심각해질 수 있다.

디지털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은 유연한 원격근무 환경을 향유하면서 삶의 질과 경제력을 높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 20세기 초 대량생산 체제가 만들어낸 빈부격차에 못지 않은 사회질서 변화가 예상된다.

IQ와 EQ에 이어 'DQ'(디지털 지능) 개념을 처음 제시한 싱가포르 싱크탱크 DQ연구소의 박유현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의 가치를 일깨울 새로운 교육제도가 필요하고, 그 핵심은 인간을 중심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인 DQ'라고 제시했다.

인류를 위해 발명된 디지털 기술이 또 다른 사회의 양극화 원인이 되지 않도록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인재 양성부터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까지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가치다.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과 병행해 '디지털 풀뿌리 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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