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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사저 앞 시위는 반지성 팬덤정치다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2-06-20 18:07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대통령 사저 앞 시위는 반지성 팬덤정치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이 확성기 소음과 욕설, 고성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이 돼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서울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도 시끄럽다. 양산 집회가 중단될 때까지 맞불시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맞불시위에 맞서는 '재맞불'시위도 벌어졌다.


맞불작전은 산불이 크게 났을 때 불이 타들어 가는 맞은 편에 일부러 불을 질러 탈 나무가 없도록 만들어 불을 불로 끄려는 작전이다. 시위를 시위로 막겠다는 건 맞불작전 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해야 한다는 함무라비 법전의 '동해(同害)복수법'과 같다.
이런 시위는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패거리 정치, 팬덤 정치가 빚어낸 결과다. 팬덤정치는 무조건 지지와 무조건 반대만 있을 뿐 합리적 주장이나 비판은 설 땅을 잃는다.

그런 팬덤 정치가 국민을 심각하게 편을 갈라놓았고, 그런 결과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위를 보는 국민의 생각도 각기 다르다.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거나 자제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목적으로 집회·시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온갖 시위를 방관했는데 직접 당하고보니 시위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는 것인가.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의 시위를 기억해보라. 그의 구속을 촉구하는 소음·욕설시위는 4개월 계속됐다. 당시 민주당 인사들은 현장에 찾아가서 지지 발언을 했다. 그런 사실을 기억한다면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최소한 유감 또는 사과하는 말 한마디는 있어야 했다.



보호 대상이 어디 전직 대통령 사저뿐인가. 기업인 자택도, 일반 국민도 온갖 시위에 몸살을 앓아왔다. 예컨대 청와대 부근 일대의 주민들은 민노총의 장기노숙 시위로 고통을 호소해도 문재인 정부의 경찰은 방관했다. 문 정부에서는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문자폭탄이나 온갖 매체를 통해 욕설을 퍼붓는 행태가 일상화됐지만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민주주의 양념'이라고 두둔했다. 그렇게 두둔했던 양념이 이제는 눈을 못 뜨게 하는 따끔한 고춧가루가 된 모양이다.
어떤 정부의 정책도 평가와 비판의 대상이다. 지난 정부의 실정과 비리가 있다면 법 절차에 따라 따져야한다. 청와대 지시받고 월북으로 말을 바꾸었다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도 그렇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온갖 방법을 동원해 탈(脫)원전을 밀어붙인 정책 등을 제대로 따지는 게 먼저다. 그래야 '적폐수사'라던 주장이 '보복수사'로 바뀌는 언어의 유희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40여일이 지났다. 밖에서 불어오는 회오리바람과 폭풍우에다, 국내 요인이 겹쳐 경제는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철저히 대비해도 부족할 텐데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도 안 하고 있다. 윤 정부가 추진하려는 법인세·종부세 인하 등 세법 개정과 규제 완화는 대부분 입법사항이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반대하면 윤 정부의 경제정책은 출발부터 막힐 수밖에 없다. 경제 살리기는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의 문제다.

1998년 IMF 환란을 극복할 때를 생각해보라. 세계적 복합 불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급한 건 경제 살리기다. 정권이 바뀌었으면 새 정부가 정책을 펼 수 있게 해야 한다. 거대야당 민주당은 윤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해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판이다. 야당은 경제 살리기에 협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경제를 살리려면 정치부터 바로 서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다시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딱하다. 정치권은 허접한 말꼬리 잡기 아니면 대통령 부인의 동정을 두고 시비를 하는 수준의 정치에 매몰돼 있다. 우리의 삶이 그런 정치에 매달려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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