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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言語道斷 <언어도단>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2-06-23 18:40
[古典여담] 言語道斷 <언어도단>
말씀 언, 말씀 어, 길 도, 끊을 단. 언어도단. 말과 길이 끊겼다는 뜻. 말문이 막힌다고 할 때 쓰인다.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을 일컬을 때, 또는 너무 어이가 없어 무슨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를 언어도단이라고 한다.


원래 불교에서 유래됐다. 궁극의 진리는 깊고 깊어 말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이라는 대승불교 경전에 나온다. 보살영락본업경은 인도 경전을 중국의 학승 축불념이 한역했다고 전해지는데, 보살의 경지에 들어서기 위한 준비단계로부터 부처의 경지에 들어설 때까지 보살이 거쳐야 할 52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마음이 가는 곳이 사라진다"(言語道斷 心行處滅)는 구절이 있다. 최고 경지의 진리는 말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고 생각으로도 미칠 수 없다는 의미인데, 왜곡돼 부정적으로 쓰이게 됐다.
깨달음의 최고 경지를 일컫는 말이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엉터리를 지칭할 때 쓰이게 됐는지, 그 연유는 알려진 게 없다. 추측건대, 반어법의 용례가 아닌가 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생트집과 거짓말을 그 상극의 말로 더 도드라지게 표현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나 짐작된다. 가령 칠푼이 짓을 한 사람에게 "그래 너 잘났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당원권 6개월 정지)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재심을 신청하면서 자신은 "XX이"라고 하지 않았고 "짤짤이"라고 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그의 말을 들은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버젓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 언어도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성상납과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관련돼 윤리위에 회부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마찬가지다. 결백하다면 본인 입으로 "성상납 안 받았다, 증거인멸 교사 안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 품위유지의무 어긴 적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언어도단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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