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또 재연된 "선거 때만 민주주의"](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102102269061002[1].jpg?var=5934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또 재연된 \"선거 때만 민주주의\"")
여야가 지난 4일 김진표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면서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했다. 공전 35일만의 일이다. 하지만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과 사법개혁 특위 구성 등을 놓고 여전히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내홍을 겪고 있어 정상적인 국회운영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8일 이 대표에 대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확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선물과 함께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성 접대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7억원의 투자유치를 약속하는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처분이 부당하다는 이 대표와 결정에 따르라는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대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선거철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더구나 현재 ▲대장동 개발 의혹 ▲백현동 아파트 인허가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출마자격에 대한 논란도 현재 진행 중이다. 박 전 위원장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당대표 피선거권이 없다는 당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정치인이 성 상납을 받았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퇴출되어야 한다. 박지현 전 위원장에게만 예외로 당대표 출마자격을 낮춰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선거 시기에 여당과 야당에서 20·30대의 목소리를 대변해오던 청년 정치인들의 퇴출 위기는 정치가 '586세대들만의 리그'로 회귀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전 위원장은 모두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팽 당하는 사냥개'에 비유한다. 토끼를 사냥할 때에는 사냥개가 필요하지만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도 쓸모없어진다는 말이다. 사실 사냥개가 아니라 토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선거철에 민심이라는 토끼를 잡기 위해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선거철이 끝났으므로 민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대표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2월에 이 대표의 당원권을 정지시켜야 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의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면 아예 비상대책위원장 직에 제의하지 말아야 했다. 그게 순리였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취임 2개월만에 긍정평가가 40% 아래로 떨어진 상황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통령은 민심이반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잘못된 인사정책을 바로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마이웨이를 주장하는 것은 어차피 5년 임기를 보장받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 지지는 필수적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으면 당장 야당 대표라는 갑옷을 입으려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이 오는 8월 민주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검경수사는 170석 거대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수사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며 정국은 더욱 혼란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1987년 이후 짧은 기간 경제발전과 인권신장을 동시에 이룬 세계적 모범적인 국가로 거듭났다. 하지만 선거철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권력다툼에 나선다. 매 선거 이후 반복되는 현상이다. 선거철 민주주의를 넘어서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늘 의식하는 정치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의원내각제와 다당제 도입이 그 방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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