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칼럼] 이준석 대표의 징계, 어떻게 볼 것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1202102269660001[1].jpg?var=1629 "[홍성걸 칼럼] 이준석 대표의 징계, 어떻게 볼 것인가")
사건의 내용은 이미 언론을 통해 충분히 알려졌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도만 언급하고자 한다. 발단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보도한 아이카이스트 김성준 대표의 성상납 주장 의혹과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이 자필로 쓴 7억 원의 투자 약정서였다. 이 약정서는 이 대표와 관련된 성상납 의혹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한 윤리심사 제소를 받아 이를 심의한 후 이 대표에게는 6개월 당원권 정지, 김철근 정무실장에게는 2년 당원권 정지를 의결했다. 윤리위의 결정을 쟁점별로 분석해 보자.
첫째, 윤리위가 당 대표가 징계 대상인 이 사안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느냐와 의결의 효력에 대한 문제다. 윤리위는 제소된 사안에 대해 심의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며, 그 대상이 대표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한 것과 같은 이치다. 당원에 대하여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둘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윤리위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는 조직이 아니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느냐만 판단해야 한다. 만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윤리위가 아니라 정치위원회로서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윤리위의 결정이 소위 윤핵관과 이 대표의 파워 게임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는 윤리위 결정이라는 결과를 두고 원인을 추정하는 것으로 사회과학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설명이다.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윤리위원들이 정치적으로 윤핵관과 연계되었다는 증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양희 위원장이나 위원 개개인의 면모를 보건대 윤리위는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권력갈등은 결과에 대한 해석일뿐 의도한 것이 아니다.
넷째, 윤리위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근거도 없이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세 차례 역임해 윤리심사의 기준과 방식에 매우 정통하다고 자부한다. 윤리심사는 사법상 판결과는 다르다. 수사결과나 사법적 판결을 보고 나서 징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윤리심사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국회의원이나 당원의 퓸위 유지 의무는 사법적 판단과 관계 없이 사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윤리기준은 일반 국민보다 매우 엄격하다. 윤리위에 제소된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징계를 의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사실관계로 미루어 김철근 당원의 행위가 이 대표의 과거 행적을 덮기 위한 것이었다는 윤리위의 판단은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보인다.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라서 윤리위가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윤리위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번 결정은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치적 이익의 관점이 아니라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판단하고, 관련된 인사들은 겸허히 윤리위의 결정을 수용해 신중하게 추후 행위를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 눈 높이에서 볼 때, 이번 사안이 집권여당 내의 권력투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수록 그런 국민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준석 대표는 누가 뭐래도 30대 기수로 선배 정치인들보다 오래 정치할 사람이다. 눈앞의 이익에 몰입해 대의를 저버리면 스스로 미래의 가능성을 잘라내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성숙된 정치인으로 국민 앞에 나선다면 향후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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