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새집증후군 최장 3년 간다

입력 2022-07-19 18:18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많은 사람들이 새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처음 사용하는 것이기에 깨끗할 뿐 아니라 구조도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잘 설계되어 있으며 각종 가전제품이 빌트인으로 편리하게 갖춰져 있으니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새 아파트가 과연 건강에도 좋을까. 불행하게도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집을 지을 때 특히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각종 재료에서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을 새집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새집이 아니더라도 오염 물질이 함유된 재료로 새로 인테리어를 하거나 가구를 들여놔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오래된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새집과는 달리 미생물과 곰팡이가 번식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오염원은 단열재인 우레아폼과 접착제, 일부 페인트에 사용되는 포름알데히드이다. 무색의 자극성 있는 냄새를 갖고 있는 물질인데 이 포름알데히드가 공기 중에 있으면 피부가 쉽게 건조해져서 아토피가 심해지게 된다. 증상은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과 같은 기존의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되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특별한 원인 없이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눈이 가렵고 아프다. 목이 따갑거나 기침을 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만성 피로나 무기력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포름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 외에도 크실렌, 톨루엔, 벤젠 등 다양한 물질들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 들을 포함하면 매우 다양한 건축자재에서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새집증후군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에 처음 사용되었다. 이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아파트의 창문이 확실하게 밀폐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기존의 한옥은 외풍이 어느 정도 있어 항상 일정 부분의 환기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거의 완벽하게 외부 공기가 차단됨으로써 실내의 유해 성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베이크 아웃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즉 처음 건물을 이용할 때 외부와 통하는 모든 문과 창문을 닫고 장과 수납가구의 문과 서랍을 연 다음 35도에서 40도의 고온으로 10시간 정도 난방을 한다. 그리고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1~2시간 정도 환기를 시키기를 5차례 정도 반복하면 휘발성 물질을 제거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오염 물질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이 방법도 한계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휘발성 유기물질은 아파트 입주 후 계속 농도가 증가해 2개월째 피크를 이룬 후 서서히 감소하여 3년이 되면 거의 다 소멸한다고 한다. 따라서 평소에도 꾸준히 환기를 시켜야 도움이 될 수 있다.심할 경우에는 실내 오염물질이 실외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1000배까지도 높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영유아와 주부, 노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라돈 가스이다. 라돈은 무색, 무미, 무취한 가스여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는 존재를 알기 힘들다. 물에 잘 녹고 토양에 많으며 시멘트에도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석고 보드도 인광석을 원료로 한 제품은 라돈 함량이 높으나 근래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돈은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아파트 보다는 밀폐된 지하실에서 더 높게 검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반감기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에서는 배출량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라돈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강력한 폐암 유발 물질이기 때문이다.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를 자주 시켜주고 가구나 페인트가 친환경 제품인지 확인하며 화학물질이 함유된 방향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황사가 심한 곳에서는 공기청정기가 미세먼지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만 휘발성 가스나 라돈 같은 기체를 제거하기는 힘들다.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청정기의 필터를 적정 시기에 교체하지 않으면 심하게 오염된 필터가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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