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칼럼] 너무 낡고 부실한 탈원전 주장](http://contents.dt.co.kr/images/202207/2022072202102269073001[1].jpg?var=4916 "[이덕환 칼럼] 너무 낡고 부실한 탈원전 주장")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일방적인 원전 확대'라고 매도하면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우기는 억지는 설득력이 없다. 애써 가꿔놓은 숲·농지·저수지를 하루 2.5시간도 활용하지 못하는 중국산 불량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버린 실수는 절대 반복할 수 없다. 가장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재설계하는 일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은 궤변일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가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소가 들어도 웃을 정도의 억지다. 지난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은 거침이 없었다.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시켜버렸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지연시켰고,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를 중단시켜버렸다. 부지 매입까지 끝낸 천지·대진 원전도 백지화시켜버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스마트 원전 개발 사업도 망쳐놓았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분명한 역사적 진실이다. 아직도 2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니 지난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어설픈 주장으로는 삼척동자도 설득시킬 수 없다.
탈원전의 과정에서 국회가 만들어놓은 법률도 무시해버렸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시행령'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했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을 확실하게 무시해버린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책임도 외면해버렸다. 신한울 3·4호기의 주기기 제작비용도 지불하지 않았고,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지연에 따른 손실비용도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탈석탄과 무차별적인 신재생 확대로 누적된 적폐는 반드시 말끔하게 청산해야 한다.
세계적인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을 한 해 30조 원의 적자를 걱정하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시켜버린 책임도 무겁다. 정부가 불법적인 엉터리 정책 때문에 발생한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을 모두 한전에 떠넘겨버린 결과다. 심지어 한전의 업무 영역을 완전히 벗어난 한전대학의 건설·운영비까지 떠넘겨버렸다. 한전대학의 비용은 소비자가 내는 전력산업발전기금으로 충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전의 부실은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약속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에서의 한전 주식은 여전히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 주주들의 손실을 보존해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에너지 안보도 위험해졌다. 이미 지난 7일에 최대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인 92.99GW를 기록했다.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력대란을 걱정하게 만든 것은 다른 문제다. 의도적으로 원전의 가동률을 떨어뜨렸고, 멀쩡한 석탄화력을 아무 대책 없이 줄여버린 책임은 절대 가벼운 것일 수 없다.
망국적인 탈원전·탈석탄의 폐지는 필연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포기해버릴 어떠한 이유도 없다. 기술의 위험성과 오염의 가능성을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설익은 태양광·풍력을 무작정 확대하고, 초보적인 기술력도 갖추지 못한 '수소'에 올인할 이유도 없다. 원전·석탄·LNG를 비롯한 '현재 기술'과 태양광·풍력·수소와 같은 '미래 기술'의 합리적인 조화와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탄소중립으로 한정시킬 이유도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에 선제적으로 순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적응의 노력도 중요하다. 비겁하고 패배주의적인 탈원전을 탄소중립으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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