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논문 상당 부분이 5년 뒤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에 출처 없이 인용” 주장
“국민대가 도둑질 방치”
“제 이름은 삭제되고 탈취된 상태로 저의 모든 학문적인 업적이 박탈당한 셈”
‘문제 없다’ 국민대 판정에 ‘외부적인 개입의 가능성’ 의심 발언도
구연상 교수는 8일 오전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대가 도둑질을 방치했다"면서 "2장 1절 부분은 100% 똑같다. 논문 분량으로는 3쪽 정도 되고,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시작되는 첫 부분"이라고 밝혔다.
구 교수는 숙명여대 교수 임용 이전인 2002년, 한국외국어대 강사를 하며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상당 부분이 5년 뒤인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에 출처 없이 인용됐다는 주장이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국민대의 판정에 대해 "잘못된 판정"이라면서 "연구 부정행위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표절인데, 이 논문은 분명히 인용부호, 각주, 참고 문헌 없이 몰래 따왔기 때문에 100% 표절이 맞다"고 반박했다.
구 교수는 "(표절 부분은) 이론적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디지털 콘텐츠의 정의'를 다루는 부분"이라며 "전체 논문의 증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던 선행적인 이론적 전제로, 이 부분을 가지고 와서 100% 표절을 한 뒤에 그 논문이 증명이 됐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예 논문을 쓰지 않은 사람이라고 볼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그런 논문이 통과됐는지 불가사의하다"며 "논문을 쓰는 단계마다 지도 교수하고 상의하고 검증받는데, 이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은) 알 수 없지만 결과물 자체로만 보면 혼자 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문 검증 시스템이 뼈대인데 이것이 잘못되면, 예를 들어 김건희 박사의 논문을 다른 사람이 인용할 때는 김명신(김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의 이름으로 인용할 거다. 그러면 제 이름은 삭제되고 탈취된 상태로 저의 모든 학문적인 업적이 박탈당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또 그는 "심사위원들, 지도 교수들 사이에서 김명신의 박사 논문을 봐주겠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엄밀한 과정을 거쳐서 쓰여야 할 박사 논문이 이렇게 허술하게 작성됐을 리 없다는 추론을 했다"라고도 했다.
특수대학원의 특성상 논문 검증이 상대적으로 덜 정교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허술한 시스템 관리가 있다면 일반 대학원처럼 똑같은 박사학위를 수여하면 안 된다. 공정성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국민대 판정에 '외부적인 개입의 가능성'도 의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구 교수는 "학위 논문은 아주 엄격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주제 잡기, 개요서 쓰기, 첫 글쓰기, 1장 쓰기, 본문 쓰기, 참고문헌 쓰기, 각주 쓰기 등등 이 모든 과정을 주관하는 게 지도교수인데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를 했으면 한 장 전체가 100% 표절이 이루어지는 것을 밝히지 못했고, 심사위원 다섯 분이 이것을 지적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전날 일부 국민대학교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대 교수들이 논문 조사와 관련한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앞서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도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와 관련된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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