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예산 감액과 '이재명표' 예산 증액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여야 모두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는 △청년 원가주택 예산 및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통령실 이전 및 용산공원 관련 예산 △검찰, 경찰, 감사원의 운영비 예산 △지역화폐 예산 등은 입장차가 크다. 이제 공은 원내 지도부에게 넘어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띄운 2+2 협의체'가 5일 국회에서 막판 협상에 돌입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2+2협의체는 성일종 국민의힘·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박정 민주당 의원이다. 협상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성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처음으로 윤석열 정부가 짜서 집행하는 예산인데, 더불어민주당에서 짜주는 살림살이를 가지고 나라 경영을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정부안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감액 항목을 보면 거의 문재인 정부 시절 책정됐던 예산들"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왔을 때 저희 당이 비교적 잘 협조했던 지난 5년의 실적이 있다"고 정부안을 최대한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공공주택사업 방식을 두고는 "민주당이 그동안 공공임대를 5년동안 해왔는데, 5년 평균 16조8000억원에서 이번에 저희가 낸 게 16조9000억원"이라고 전 정부 사업 규모를 유지했다고 강조하며 "요즘 청년들은 자기 집을 갖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민주당이 추가 감액을 요구하고 있는 검찰·경찰·감사원 운영비와 청년원가주택(공공분양),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예산을 열거한 뒤 "상임위에서도 여야 합의로 통과된 예산"이라며 "오늘 감액 규모가 확정되고 증액에 돌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의장은 "정부여당이 예산안과 거취를 연계시켜 놓으니 이게 책임정치인지 잘 모르겠다"며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행안부 장관 거취는 거취대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초부자감세를 추진하고 마땅히 편성할 민생 예산을 대폭 축소한 예산을, 그대로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시대 추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 예산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 의원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과 관련된 이견을 지적하면서 "국민의힘은 국가 성장 발전에 좀 더 신경 쓴다면 저흰 더불어 사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 근본적 견해차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따라 예산안의 역대 최장 지각 처리가 우려된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할 부수 법안 논의 상황도 비슷하다. 여야는 지난 2일 예산안과 연동되는 부수법안 전체 검토를 마쳤으나 정부의 첫 예산안 뼈대가 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여야의 이견이 큰 쟁점 항목 심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도 또다른 변수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 보고 및 표결을 위한 1~2일 본회의가 개의되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이 장관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탄핵소추안까지 검토 중이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야 2+2 예산안 협의에 앞서 브리핑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