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기는 요원해 보인다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분석이 나왔다. 당분간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방어 전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메리칸센추리인베스트먼트(ACI)는 5일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 추세를 벗어나 새로운 추세에 들어섰으며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ACI는 지난 25년 동안의 인플레이션 추세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4월 크게 급등해 수십 년 동안의 추세에서 이탈하며 새로운 추세를 형성했고 현재는 새로운 추세에 안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데는 여러 방법들이 있고, 각각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서로 모순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식품·원자재를 포함한 총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를 뜻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보다는 식품·원자재 등 일시적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더 나은 척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물가에 미치는 단기적, 불규칙적 충격을 제외해 기조적인 물가상승 흐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에서 자주 언급되는 CPI의 월별 또는 연간 백분율 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장기 추세와 비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예측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작년 12월 미국노동통계국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5.5%가 될 것이라 발표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 추세 분석을 사용하면 작년 12월 인플레이션 추세를 7.3%(±1.5%)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보고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최소 5.8%보다는 높았을 확률이 97.5%나 된다"면서 "미국노동통계국이 발표했던 5.5%라는 인플레이션 예측치는 애초부터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두 가부데안(Radu Gabudean) ACI 멀티에셋 전략 부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리서치 헤드는 "근원 인플레이션 추세는 팬데믹 이전 수준인 2.1%나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전월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은 현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일부터 물가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근원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 추세 수준인 2.1%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당분간 인플레이션 방어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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