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송된 '결혼지옥' 20회에서는 한 재혼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결혼 2년차인 이 부부는 아내가 전혼관계에서 낳은 7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다. 두 사람은 양육관 차이로 갈등을 빚어와 출연하게 됐다.
이날 방송에서 논란이 발생한 장면은 남편의 행동이었다. 남편은 7세 의붓딸에게 지나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남편은 의붓딸이 거절 의사를 해도 엉덩이를 찌르거나 포옹하면서 놔주지 않는 등 행동을 했다. 아이는 "안 돼요", "삼촌 싫어요"라며 직접적으로 싫다는 의사 표현을 했고 아내 역시 말렸지만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다른 방송 장면에서도 "삼촌은 맘에 안 든다"라며 싫은 내색을 드러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친부여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새아빠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문제의식 없이 이 장면을 방송한 제작진을 비판했고 이에 MBC는 문제가 된 장면을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청자와 전문가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랬나", "오 박사는 이런 건 방송하면 안 됐다. 방송보단 신고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방송에 대한 시청자 민원은 급기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쏟아졌다. 21일 방심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결혼 지옥' 20회(12월 19일 방송)에 대한 민원이 2900여 건 접수됐다. 해당 민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심의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
MBC TV는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방송된 새아버지의 의붓딸 신체접촉 장면에 대해 사과했다. MBC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쳤다"고 밝혔다.
MBC는 "(19일 방송은)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내와 (초혼인) 남편이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오은영 박사의 지적이 상당 부분 편집되면서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은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진과 오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해서 지원할 것이다.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의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심위에는 '결혼 지옥' 외에도 최근 10대에 부모가 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MBN '고딩엄빠2',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높은 수위로 담은 iHQ 예능 '에덴2'에 대한 민원도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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