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FTX 창업자, 보석금 한푼 안 내고 석방된 후 `호화 귀가`

입력 2022-12-25 18:57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미국으로 송환된 코인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가 2억5000만 달러(약 3210억원)에 달하는 보석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석방된 뒤 비즈니스석 항공기를 이용해 '호화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각에선 그의 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1일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고 다음 날 뉴욕 연방법원에서 보석을 허가받아 부모의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로 향했습니다. 그는 석방되자마자 캘리포니아주 집으로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탑승했습니다. 그는 뉴욕 JFK 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라운지를 이용한 뒤 비즈니스석 좌석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은 뱅크먼-프리드의 석방을 허가하면서 보석금으로 2억5000만 달러를 책정했지요. 하지만 FTX의 파산 보호 신청 이후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2840억원)뿐이라고 주장해온 뱅크먼-프리드는 천문학적 액수의 보석금 가운데 자기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석방됐습니다.

보석금은 피고인의 중범죄 혐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에서 책정되고, 실제로는 명시된 금액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자산이 담보로서 뒷받침되면 보석이 허용됩니다. 이에 따라 뱅크먼-프리드 부모의 집이 보석 집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됐고, 부모는 뱅크먼-프리드가 석방 조건을 어길 경우 보석금을 납부하겠다는 보증을 섰습니다. 또한 내년 1월 5일까지 뱅크먼-프리드는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2명의 보증인을 더 세워야 합니다.
만약 뱅크먼-프리드가 앞으로 법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그의 부모 집은 압류됩니다. 하지만 부모 집이 담보로 제공됐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400만 달러(약 51억3600만원)로 알려져 보석액의 10%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뉴욕 검찰이 뱅크먼-프리드의 송환과 보석을 놓고 패키지딜을 했을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피고인이 돈을 내지 않고 석방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보석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로펌 머피&맥거니글 대표 제임스 머피도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기고한 글에서"코인 사기를 당한 수백만명 FTX 고객들이 이 상황에 웃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보석으로 풀려난 뱅크먼-프리드는 부모 집에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그는 보석 기간 전자 감시 팔찌를 착용해야 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집행을 통해 강제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박영서 논설위원,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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