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제3의 길` 이후 다시 읽는 앤서니 기든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2/2022122802102369061001[1].jpg?var=0931 "[논설실의 서가] `제3의 길` 이후 다시 읽는 앤서니 기든스")
김윤태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집권하자 신자유주의에 기초하여 사회·경제 정책을 전면개편했다. 이른바 '대처리즘'이다. 특히 그는 '영국병'을 해소하겠다며 노동자 파업과 시위에 강경 대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후유증이 심각했다. 사회가 양분화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영국 사회는 두동강 났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The Third way)이었다.
'제3의 길'은 급변하는 세계에서 전통적 좌파나 우파의 이론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면서 내놓은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모델이었다. 마르크스주의의 결함과 자본주의가 낳은 양극화를 극복하는 대안이었다. 평등과 효율을 함께 충족하자는 것이었다. '제3의 길'을 통해 토니 블레어가 부상했다. 블레어는 중재와 타협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의 노선은 지지를 받았고, 결국 정권은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교체됐다. 이후 오랫동안 보수당은 정권을 되찾지 못했다. 그러나 좌·우 양측으로부터 '제3의 길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든스는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의 쌍벽이다. 그는 현대 사회 이론과 정치 이론에 중요한 기여를 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책은 우리나라에 '제3의 길'로 잘 알려진 기든스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다. 그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틀에서 벗어나 철학,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학제적 연구를 추구했다. 따라서 기든스의 사회 이론은 넒은 의미의 이론화 논쟁을 주도했다. 이론을 창출하며 현실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기든스의 실천성은 기든스에게 '공공 지식인'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책은 기든스의 사회 이론을 크게 구조화 이론, 유토피언 현실주의, 성찰적 현대화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어 기든스의 사유가 영국, 나아가 세계 정치에 실제로 미친 영향과 그 파급력을 평가한다. 책은 기든스의 이론적 시도들이 무엇 하나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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