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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우리는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야만 한다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3-01-17 18:49
[논설실의 서가] 우리는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야만 한다
캐런 바라드


박신현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신유물론 페미니즘' 연구의 선구자 캐런 바라드의 사상과 이론을 소개한 책이다. 국내 최초로 그를 단독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바라드의 주저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기'뿐만 아니라 최근 양자장론으로 확장된 바라드의 사유까지 폭넓게 담았다. 10개 키워드로 나누어 바라드의 난해한 사상을 설명한다.

입자 물리학자로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UC산타크루즈) 교수인 바라드는 세계가 명확한 주체로 구성된 것이 아닌 얽혀 있는 상태임을 강조하며 '행위적 실재론' 개념을 꺼내든다. 행위적 실재론은 기술과학적 실천을 포함한 모든 자연문화적 실천에 대한 '포스트 휴머니즘' 수행성 이론이다. 그는 자연의 미시입자들간의 양자적 현상을 일상적 사회에서의 관계적 현상들로 확장한다. 그는 자연이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러한 확장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자연에 실재하는 현상이라고 역설한다.


또한 바라드는 물질에게 세계의 생성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정당한 몫을 허락하고자 한다. 그는 페미니즘, 반인종주의, 후기구조주의, 퀴어 이론, 마르크스주의, 과학 연구를 수용하고, 보어, 버틀러, 푸코, 해러웨이 등의 통찰에 기반해 '포스트 휴머니즘'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바라드에 따르면 우리가 윤리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 심지어 한순간도 우리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와 중간에서 만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우주와 교섭하고 우주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책임지는'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우리는 세계의 변별적 생성에서 우리가 행하는 역할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바라드는 지적한다.

책은 바라드에 입문하려는 독자, 나아가 현직 연구자에게 자연 자체의 퀴어함, '회절'이라는 새로운 인식론, 시학이라는 신유물론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등 새롭고 풍부한 개념을 소개한다. 국내에서 바라드의 소개나 연구가 미진한 편이란 점을 보면 책은 바라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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