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촉진을 강도 높게 지시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후속조치에 나섰다. 올 상반기 중 관련 정책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5일에 개최된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으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20일 박윤규 2차관 주재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학계, 유관 연구기관, 정부 등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차관은 "국내 통신시장은 이통사간 M&A를 거쳐 과점구조가 형성된 2002년 이후 20년 넘게 통신 3사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경쟁이 없는 통신시장은 쉽게 집중화되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 후생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치지 않으면 통신산업은 도태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통신산업이 시장실패 상황에 처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서비스 선택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연이어 터지는 통신장애와 고객정보 유출, 디도스 공격에 따른 침해사고도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박 차관은 "통신시장에서 소비자는 자유롭게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공급자는 품질과 요금을 두고 활발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요금제 선택권 확대 △알뜰폰 활성화 △주기적인 품질평가 공개 △5G 28㎓ 신규사업자 발굴 등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발표된 40~100GB(기가바이트) 구간 요금제나 시니어 요금제 출시 등 구간별·계층별 요금제 다양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통신업계도 정부의 주문에 맞춰 방안을 내놓는다. 당장 이달 중 LG유플러스가 온라인 요금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KT도 내달 협의해 온라인 요금제 개선을 추진한다. 소비자 수요에 따라 분기별, 반기별로 요금을 납부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TF를 통해 통신사업 진입장벽 완화와 알뜰폰 경쟁력 제고 등 서비스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주파수 할당 및 이용부담 완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앞서 제4 이통사업자를 선정해 현재 3사로 굳어진 통신 경쟁구도를 깨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달 5G 이동통신 28㎓ 대역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위해 주파수 공급, 망 구축, 세액공제,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 서비스 운영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정부는 제4 이통사업자 선정 의지를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정부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에 걸쳐 이동통신 신규사업자 진입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며 "최근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위한 지원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올 상반기까지 근본적인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TF 착수회의' 에서 발언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