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행정소송 결과 뒤집어
법원 "비밀키 유출 증거 없다"
2016년 북한의 국방 전산망 해킹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소재를 다퉈왔던 민사재판에서 하우리가 또 승소했다. 이 사건 때문에 부정당업자로 몰렸던 하우리가 행정소송 결과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SW(소프트웨어)업계에 따르면 하우리가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취소 소송 2심 판결은 올 4월 선고 예정이었으나, 최근 국방부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2심 판결이 나온 뒤 선고일이 연기됐다. 행정소송 선고일 연기 사유는 변론 재개다.
지난 16일 서울고법 민사33부는 국방부가 국방망 시공업체 LG CNS와 백신 공급사 하우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하우리를 상대로 한 배상 청구 이유가 부족하다고 기각했다. 국방부는 2015년 하우리 침해사고 때 전자서명 비밀키가 유출돼 2016년 해킹 사건으로 이어졌고, 하우리가 백신체계 구축사업 계약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하우리의 전자서명 비밀키가 유출됐다는 증거와 이후 해킹 사건과의 관련성이 모두 없고, 사업 요구 규격에 맞는 기술을 구현해 계약사항을 준수했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당초 비슷한 시기에 선고 예정이었던 하우리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 취소 2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한다. 국방부가 제출한 군검찰 수사보고서를 바탕으로 2017년 조달청은 하우리에 부정당업자 제재를 통보했다. 이에 하우리가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1심에선 패소한 바 있다.
당시 행정소송 판결 1심에서는 군검찰 수사보고서를 토대로 △하우리가 전자서명 비밀키 관리를 소홀히 했고 △해킹에 사용된 IP를 통한 2차 공격 대비가 미흡했으며 △해킹 사실을 은폐하고 지연·허위 보고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민사소송 2심 판결에서는 이런 사항들에 대해 증거가 없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다만 행정소송 1심 재판에선 공공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 계약 성실 이행과 국가적 불이익 방지 등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달리 엄격한 인과관계 증명을 요하진 않는다는 처분사유를 제시한 바 있다. 법리가 다르다는 사유로 하우리를 계약 이행을 부당하게 한 사업자로 본 것이다.
김희천 하우리 대표는 "50억 손해배상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하우리는 계약을 어긴 사실이 없고 국방부 해킹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을 받았다"며 "다가오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항소심에서도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LG CNS는 원심과 달리 3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국방부가 청구한 50억원 가운데 재판부는 손해액을 7억만 인정했고, 국방부 과실도 있다고 판단해 그 절반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LG CNS 측은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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