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조국 유죄`를 보며 팬덤 정치를 경계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2802102269660001[1].jpg?var=5826 "[최원목 칼럼] `조국 유죄`를 보며 팬덤 정치를 경계한다")
정치운동은 이기적이고, 시민운동은 이타적이다. 정치운동은 속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것으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은 이러한 정치적 행태를 폭로하며 국민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현시해주는 활동이다.
시민운동이 정치운동으로 변질되는 순간 이기적 정치는 날개를 달게 된다. 정치적 이익을 시민의 이익으로 쉽게 탈바꿈시킬 수 있는 유용한 커버(cover)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문제점은 유력한 좌파 시민단체들이 정치단체로 변질되면서 좌파 이익정책을 국가이익으로 포장해버린 데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했고 결국 자기 파멸을 가져올 계급투쟁 수단의 길로 국가의 정책을 변질시켰다.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 비핵화, 각종 통계조작, 세금주도 부동산 정책, 일본 때리기 등 수많은 전 정권의 국정 실패가 그 결과였다. 아무리 일을 그르친 경우에도 정부는 절대로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나팔을 불어주니 국민여론을 갈라치기 해서 얼마든지 찬반양론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마비되다시피 한 우파 정치운동을 대신해서 시민운동이 정권교체 투쟁을 하면서 마치 정치활동을 하는 듯이 보였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우파 시민단체들도 많다. 이들이 행한 역사적 역할은 명예로운 시민운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력의 이기심을 폭로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인지를 인간의 이성에 비추어 토론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마련하는데 자신이 역할을 수행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좌우논쟁에 휩쓸리고 편 가르기 싸움에 여념이 없을 때, 내 집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의 진흙이 튈까봐 피해 다닐 때, 시민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옷을 버려가며 청소를 했었다.
진정한 시민의 품위는 언제나 말쑥한 의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느끼는 명예의식과 역사적 순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탰다는 안도감이 시민의 품격을 가져다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내게 접근해 자신이 이화여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해준 두 학생을 나는 기억한다. 내 닉네임을 '트리(tree)붕이'라 지어준 학생들. '조국사태'부터 이어진 암울한 정치 흙탕물 싸움 속에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야 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밀어 넣는 그 학생들의 품격. 바로 그게 시민운동이다. 그래야 조국과 '문빠'를 비판하면서 자신이 '윤빠'가 되는 걸 막을 수 있기도 하다.
위선의 정치를 종식시키라는 국민적 열망 덕택에 집권한 윤석열 정부도 크게 나아진 건 없다. 아무리 사적 대화라지만 외교 행사장에서 대통령이 야당의원들을 지칭해 이XX라고 욕설을 한 것이 보도가 됐다. 대통령의 막말파동 사태는 한 언론사의 "바이든-날리면" 왜곡보도 문제를 비판하는 '윤빠' 시민단체들의 엄호 속에 묻혀 버렸다. 이태원 압사 사건에 대해 안전책임자가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데도 우파 시민단체들의 지원이 한몫했다.
한국정치와 시민단체간의 팬덤은 견고하다. 지금은 좌우 체제전쟁의 시대이니 조금이라도 밀리면 끝장이라는 논리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하는 중이니 투쟁세력의 약점을 들춰내는 행위는 모두 적폐세력이고 내부총질이라고 한다. 팬덤정치와 시민단체의 정치화의 유혹은 이미 한국사회를 접수했고, 좌우진영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이제 제발 정치운동과 시민운동을 구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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