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유아인 마약 의혹이 놀라운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1502102269660002[1].jpg?var=5103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유아인 마약 의혹이 놀라운 이유")
유아인은 한국 최고 스타 중의 한 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특수한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결국 알려지게 될 거란 걸 모를 수가 없는 위치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인이 마약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더욱 충격이 큰 것인데,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이라도 의외로 마약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유아인이 조사를 받게 된 건 마약 수사망에 걸려서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 투약 기록을 무작위로 검토하던 중에 의심 정황이 나와서다. 만약 프로포폴 투약량이 식약처의 주목을 끌 정도가 아니었다면 유아인의 마약 의혹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유아인 측 인사가 "피부질환을 앓아온 유씨에게 '바늘 공포증'이 있어 수면 마취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프로포폴 등을 처방한 병원 관계자도 유아인이 통증을 호소해 수면 마취제를 처방했다고 해명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향후 경찰 조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다만 의아한 건, 해명에 따르면 유아인에게 질환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시술을 받아왔다는 건데, 동시에 병원을 옮겨 다녔다는 의혹도 나온다는 점이다. 보통 병치료를 받을 때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된다. 이 부분은 분명히 수사로 밝혀야 한다.
대마와 코카인은 의료 목적 시술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나마 대마는 몇 가지 변명의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 코카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마약 투약이다. 유아인이 잠들었을 때 누군가 몰래 주입했다는 식의 특이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변명하기 힘들 것이다.
코카인이 충격파가 큰 것은 한국에서 일반적인 마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케타민도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동안 연예계 마약류 사건은 보통 프로포폴, 대마, 필로폰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코카인, 케타민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국내에선 대체적으로 낯선 이름들이다.
유아인이 만약 국내 유통망을 통해 코카인을 공급받았다면 사안이 심각해진다. 해외에서만 널리 사용되던 코카인이 국내로 상륙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유아인이 코카인을 공급받은 배경을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이유다. 케타민은 마취제이면서 고용량 투약시 환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사람을 몽롱하게 해서 클럽 성범죄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버닝썬 사건 당시에도 케타민이 클럽 내에서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코카인과 케타민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물론 기존에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이젠 몰랐던 10~20대도 이 약물들을 대거 알게 됐을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연예인의 영향력이다. 연예인의 스타성을 통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널리 알려지게 만들 수 있다. 이번엔 유아인의 스타성이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고, 유아인이 조사에서 어떤 말을 할 지도 지금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단언할 순 없다. 다만 유아인이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하긴 하다. 다른 이슈엔 소신발언을 많이 했었는데 정작 자신이 의혹 받는 상황에서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니 의혹이 커지는 것이다. 확실하게 수사해야 한다.
어쨌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사건을 통해 만인의 주목을 받는 유명 스타조차도 마약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얼마 전에 돈스파이크도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에 필로폰을 투약해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심지어 다른 이들에게 마약을 교부하고 함께 투약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걸릴 리가 없다고 믿은 것일까? 연예계 마약사건들을 거치면서 연예인들에게 경각심이 생겼을 거라고 보통은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엄중한 대처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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