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유세 경감에 급매 감소 예상…거래량 회복은 제한적"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그리고 국정과제에서도 국민들의 보유 부담이 비정상적으로 과중하기 때문에 '2020년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완화하겠다'라는 약속을 이미 공약으로 내건 바가 있다. 이를 조기에 이행한 결과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10년간 상승했던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다. 올해 공시가격은 작년대비 18.62% 하락하는 것으로 사실상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이 내용을 발표하며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 감소로 실수요자의 주택 보유에 심리적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집값 상승이나 거래량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22일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3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으로 전년 대비 18.61% 하락했다.
원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세계적인 고금리 속에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기조에서 국내적으로는 공급 기반을 꾸준히 마련했고, 또 내수심리가 하락하면서 시장이 안정화 추세로 들어서고 하향 안정세 기조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수정해서 상승하던 예정표를 69%로 내렸기 때문에 이 부분의 반영으로 공시가격 하락에 기여했다고도 강조했다.
원 장관은 "공시가격은 시세에다가 현실화율을 반영시켜서 공시가격을 산출한다. 때문에 시세가 내려가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계속 올라가면 공시가격은 오르도록 되어있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공시가격이 시세보다도 오히려 역전돼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우리는 선제적으로 이미 지난해에 수정했고 이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시가격 인하 발표에 전문가들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전보다 줄어든다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시가격 하락이 규제지역 해제, 보유세 관련 공제액 및 세율·세부담 상한선 인하 등과 맞물리면서 과세 부담이 과거보다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이 줄겠지만 주택 거래량 회복이나 집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고, 집주인들이 급하게 내놓는 급매물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금리에 집값 하락 기대심리가 여전해 집값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은 작다"며 "기존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줄여 매물 출회 압박을 줄여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보유세 부담으로 매입을 꺼리던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 등 실수요층의 시장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무주택자나 1주택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가 보유세를 주택 매매 의사결정 요소에서 배제하고 대출 규제나 금리 등 다른 요소를 비중 있게 고려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아예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개념이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제기된 것인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실제 세 부담 경감 수준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나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다. 정부는 지난해 재산세 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종부세는 95%에서 60%로 인하했다. 정부는 공시가격과 세수 등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반기 중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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