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배수터널 사업 시작도 못해
신림 재정비촉진구역 이달 발주
지상층 이주 혜택도 2250호 그쳐
침수방지시설 설치 비율 30%뿐
서울시는 사고 발생 이후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강수 처리량을 높이고,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10개월. 영화 '기생충'의 무대인 반지하는 과연 안전한 곳으로 변했을까.
서울시의 대책은 공염불에 그쳤다. 야심차게 내놓은 대심도 빗물터널은 사업비 문제로 미뤄졌다. 반지하 대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야 저류시설 신설이나 개선방안 용역을 발주하는 기관도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9월 공고한 '강남역·광화문·도림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기본계획 용역 기간이 연장됐다. 총 사업비를 두고 기획재정부, 환경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의 협의가 길어지면서 사업도 미뤄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에는 터널의 규모와 노선 등을 확정하고 시공사 선정에 나섰어야 했다. 첫 단추조차 제 시간에 끼우지 못했다. 1단계 사업이 미뤄지면서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 계획 중인 2단계 사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우수저류시설 운영 개선방안 수립 용역과 신림 재정비촉진구역 내 저류조 설치 기본설계 용역은 이달에서야 부랴부랴 발주에 나섰다. 당장 장마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저류시설 개선이나 신설이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도림천 일대의 경우 저류조 건설과 공원 내 호수를 활용해 집중호우 시 빗물을 저류하는 방안을 도입해 작년 보다 배수나 저류 여건이 개선됐다. 하지만 작년 침수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인 강남지역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반지하 침수 대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전체 반지하 주택 23만8000호 가운데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완료한 곳은 6310곳에 그쳤다. 침수 위험이 없는 21만호를 제외해도 설치 비율은 30%대에 불과하다.
반지하 거주민의 지상층 이주 정책 혜택을 받은 곳도 2250호에 그쳤다.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 총 2만8000호 중 약 8%, 전체 반지하 주택을 고려하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 역시 호응을 얻지 못했다. SH공사는 올해 3450호의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달 초 기준 매입한 주택은 98호 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집중호우에 대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신림공영차고지 저류조 건설현장과 신림 빗물펌프장, 보라매공원을 차례로 찾았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올해 임시 저류조로 활용할 신림공영차고지를 둘러 보고 보라매공원 내 호수를 활용해 집중호수 시 빗물을 저류하는 방안도 점검했다.
오 시장은 "이번에 점검한 도림천 유역 외에도 침수취약지역, 하천, 산지 등 피해 우려지역 건설현장 및 방재시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호수 등을 활용한 빗물유출 저감계획도 구체화 해나가겠다"고 밝혔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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