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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공동선언문서 러·우 전쟁 언급 빠져…러시아 환호

신하연 기자   summer@
입력 2023-09-11 11:33
G20 공동선언문서 러·우 전쟁 언급 빠져…러시아 환호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다른 G20 정상들과 함께 라지 가트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 빠진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에 러시아는 '양심의 소리'라며 환호했다.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폐막한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국가는 영토 획득을 위해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다만 선언문에는 우크라이나가 곡물 및 비료 수출을 할 수 있게 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하며 "포괄적이고,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지지한다"고 적혔다. 러시아의 이탈로 중단된 흑해곡물협정을 재개하라는 요구다. "핵무기 위협 및 사용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표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주요 20개국 정상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의 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을 인용한 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이 담기지 않자 러시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일간 가디언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는 '무조건적인 성공'이라며 "우리는 정상회의 의제를 우크라이나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G20 공동선언문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가 더는 맹목적으로 서방을 추종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방식을 따르란 말을 듣길 원치 않는다"면서 "이건 개발도상국들에 예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서방국들의 신식민주의이고, 이번은 그들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의장국이었던 인도의 역할이 컸다면서 인도가 G20을 '정치화'하려는 시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는 오랫동안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이어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도 엄격히 중립을 유지해 왔다. 인도 측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 우크라이나를 참석시키자는 일부 회원국의 요구도 거부했다.



반면 이러한 결과에 우크라이나는 격분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 문서에 강한 문구를 넣으려 시도한 협력국들에 감사하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번 정상회의로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가시화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작년보다는 표현이 약해졌지만 이번 G20 공동성명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면서 "당신이 러시아측 자리에 있었다면, 세계 나머지가 어느 편에 섰는지가 상당히 명백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G20 정상회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러시아의 고립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그간 협력적 관계를 이어온 남반구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우호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차기 G20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1월 자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체포당할 일 따윈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각종 전쟁범죄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그런 까닭에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이 ICC 회원국이어서 원칙상 푸틴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는데도 "그가 브라질에 온다면 그가 체포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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