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부실시공·횡령 등 겹쳐
예년보다 많은 경제인 줄소환될듯
기업, 증인채택 빼려 인맥 총동원
다음달 진행될 국회 국정감사에 대기업 총수와 금융지주 회장 등 역대급 경제계 증인들이 증언대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도 경제계 인사들이 무더기로 국회에 불려나왔지만 올해는 아파트 부실시공과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 중대재해 등이 겹치면서 유난히 많은 인사들이 줄소환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재 및 갑질 관련 인사들도 증인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총선 전 마지막 국감에서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총수 등을 마구잡이로 증인명단에 끼어넣는 구태도 재현될 수 있다. 기업들은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을 증인채택에서 빼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국회는 다음달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국감을 실시한다. 각 상임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은 올해 일어난 주요 사건과 관련한 증인과 참고인 선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여야는 이달 18일까지 증인 신청을 취합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CEO들이 대거 증인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분야에서 유독 사망사고가 많았다.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DL그룹의 이해욱 회장과 마창민 대표의 증인 채택이 유력하다. 특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임 GS건설 부회장의 증인 출석은 거의 확정적이다. 여야는 사망 사고가 난 대우건설(4명), 현대엔지니어링(3명), SK에코플랜트(2명)의 증인 채택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인도 거론된다.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대안노선을 제시한 곳은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 업체들을 부르자고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갑질 논란과 관련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박현종 bhc회장 등을 부르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bhc치킨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며 가맹점주에 원부자재 납품 폭리로 고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1300억대 횡령사건이 발생한 BNK 금융그룹 빈대인 회장과 라임펀드 특혜 환매 알선의혹을 받는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도 높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도 대상에 오르내린다. 이른바 '이자장사' 및 내부통제 이슈와 관련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 하나·우리· NH농협) 회장들의 줄소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의 잇단 횡령과 관련해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방안'이 하반기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2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대장동 허위 인터뷰' 논란을 명분으로 포털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아직 논의단계이고 완전히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은행들의 금리 장사 등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태라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대관 관계자들은 국감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회관을 드나들며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김세희·한기호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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