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열기 검색열기

[외신사진 속 이슈人] `히잡 의문사` 1주기 맞아 이란과 유럽 곳곳서 시위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3-09-18 18:33
[외신사진 속 이슈人] `히잡 의문사` 1주기 맞아 이란과 유럽 곳곳서 시위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를 맞아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아미니를 비롯한 희생자들의 사진이 인쇄된 종이를 들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끌려가 사망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의 1주기를 맞아 세계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이란에선 주말을 맞이해 아미니 1주기를 기리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시위 소식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국내외로 전파됐습니다.
이밖에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 해외에서도 아미니 1주기를 맞이해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마흐사 아미니 사망 이후 지난 1년간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미성년자 71명을 포함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쿠르드계 여성인 아미니는 지난해 9월 16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아 이슬람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조사받던 중 의문사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지요. 시위대는 아미니가 사망한 카스라 병원 근처로 모여 선도 순찰대(종교경찰)를 살인자로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내 자매를 죽인자는 내가 죽이리"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심지어 이란 정교일치 정치체제의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를 겨냥해 "하메네이 살인 정권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란 서부 도시 하마단에서 시위대가 손뼉을 치며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총을 쏘자 달아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같은 영상이 올라오자 민영 타스님통신은 조용한 하마단의 거리를 비추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미니의 죽음은 전 세계 수많은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을 벗어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촉발했습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르헨티나 광장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이 히잡 의무 착용 반대 시위를 벌였고, 당국은 이들을 폭력으로 진압해 세계 각국의 비난을 샀습니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HRANA 등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세키즈와 사난다즈 등 쿠르드계 마을에서 사람들이 연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세키즈에 거주하는 아미니의 아버지는 16일 당국에 의해 일시 체포돼 딸의 1주기 관련 행사를 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가족은 딸의 무덤을 찾지도 못했다고 하네요. 이에 관영 언론은 자살 공격 등을 계획한 테러리스트 수십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란 당국은 괴한이 16일 이란 남부에서 바시즈 민병대를 총기로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시즈 민병대는 이란 히잡 시위를 진압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집단입니다. 이란 정보부는 해외 매체들에 대해 자국의 시위를 조장하는 보도를 할 경우 모종의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며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해 온 방송사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정부의 위협을 이유로 올해 2월 생방송 스튜디오를 미국으로 옮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 오히려 서방이 자국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며, 인권단체들은 이슬람 율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란은 1979년 이란 무슬림 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 시기에는 상당히 개방적인 국가였습니다. 여성의 히잡 착용에 관용적이었고 심지어 테헤란 거리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걷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교조적 종교세력이 팔레비 왕조를 뒤엎고 이슬람 공화국을 세우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후 당국은 공공장소에 드나드는 모든 여성들은 신체를 가릴 수 있도록 히잡과 헐렁한 옷을 입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가쉬테 에르셔드'(Gasht-e Ershad, 선도 순찰대)라는 종교경찰도 이때 출범했습니다. 아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도 이 선도순찰대입니다.

이규화기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