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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유엔"…중·러에 영·불까지 총회 불참, 미국만 참석

박양수 기자   yspark@
입력 2023-09-19 15:57

5개 상임이사국 중 미국만 총회 참석…유엔 무용론 대두
안보리 마비에 제재 무력화, 진영대결 격화로 현안 논의 '헛바퀴'
유엔 사무총장 "난 권력도 돈도 없다" 자조 섞인 한탄


"벼랑 끝에 선 유엔"…중·러에 영·불까지 총회 불참, 미국만 참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총회는 '외교가의 슈퍼볼(미국 미식축구리그 NFL 결승전)'로 불린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제 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모였다. 이번 주에는 유엔총회 하이라이트인 고위급주간을 맞아 정상들의 기조연설과 회담 등이 이어진다.


다만, 올해 총회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 정상이 불참하면서 심각한 무기력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유엔의 핵심 기관인 안보리의 파행이 지속되면서, 총회는 존재 이유까지 도전 받는 형국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는 유엔 총회에선 고위급주간 일반토의에 193개 회원국 정상과 총리, 장관 등이 각국을 대표해 연설에 나선다. 일반토의는 각국 지도자들이 현안과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최고의 외교무대다.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지도자들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인명피해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세계 안보와 경제적 문제점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인권 등의 주제도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토의에선 관례에 따라 브라질 대표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첫 연사로 나선다. 이어 유엔본부가 위치한 미국의 대표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로 연설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둘째 날인 2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에 연설한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에 맞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총회 참석자 명단을 보면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좌우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P5) 정상들 중 바이든 대통령만 유일하게 총회에 나온다.

미국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범죄 혐의로 수배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도 분명치 않은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영국과 프랑스의 불참이 유엔 총회의 위상에 시사하는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올해 주요 현안에 기후변화 공동 대처 문제와 함께 우크라이나전, 아프리카 쿠데타 도미노 등도 포함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의 안보, 아프리카에 대한 장악력 등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가들이다. 따라서 두 국가의 정상이 불참은 총회 논의의 효용성을 낮게 평가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잖아도 우크라이나전, 아프리카 쿠데타 등 여러 국제적 분쟁에서 안보리 결의 조차 못해 존재감을 의심받는 유엔이 이번 총회의 공회전으로 더욱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 유엔 담당 국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의 처지가 지금 암울하다"면서 "유엔의 외교가 벼랑에 더 다가섰고 주요 강국의 긴장이 유엔에 점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문제의 근원은 안보리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행동에 나설 책임과 권한을 있는 핵심기구인 안보리는 P5와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국으로 구성된다.

P5는 모든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비토 권한 때문에 최근 진영대결 속에 논의된 안보리의 다수 의제가 그대로 무산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작년 5월 다른 13개국의 찬성에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해결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의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자국의 세력 확장을 위해 비호하는 국가인 시리아, 말리 등에 대한 제재나 지원안도 속속 무산시키고 있다.

유엔을 이끄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안보리의 분열과 유엔의 무기력함이란 현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구테흐스 총장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안보리에 대한 행정적 권한이 실제로 얼마나 있느냐는 물음에 "권한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무총장은 권력도 돈도 없다. 하지만 목소리가 있는데 그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일부 정상의 불참을 거론하며, 유엔 회원국들을 단결시키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선 유엔의 존재감을 위축시키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안보리의 대수술론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총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 남발에 맞서기 위해 상임이사국을 늘리고 거부권 규정을 바꾸는 등 안보리 개편안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벼랑 끝에 선 유엔"…중·러에 영·불까지 총회 불참, 미국만 참석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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