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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내라" 유족 울분…6살 딸 엄마 살해한 스토킹범은 담담했다

최상현 기자   hyun@
입력 2023-09-19 15:41

4만 4000개 엄벌 탄원서


"살려내라" 유족 울분…6살 딸 엄마 살해한 스토킹범은 담담했다
옛 연인 B씨를 살해한 스토킹범 A씨. [연합뉴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6살 딸을 둔 옛 연인을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30대 남성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19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A(30·남)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증거에도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A씨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직업을 묻자 "보험설계사였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구속 기소된 A씨는 최근까지 반성문을 6번이나 써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6시쯤 옛 연인 B씨를 집 밖 복도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월 B씨 주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어겼다. 숨진 B씨는 6살 딸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를 살인 및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는 적용되지 못했다. A씨는 조사에서 "스토킹 신고에 따라 범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보복 범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B씨 유족은 "스토킹 신고로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엄벌을 촉구하는 게시글을 지난 8일 올렸다. 유족 측은 A씨의 스토킹 문자메시지 내용과 함께 피해자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해당 글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게시 10일 만인 지난 18일까지 4만 4000개가 넘는 시민들의 탄원서가 모였다. A씨와 친분이 있었던 한 탄원인은 "피해자는 이혼한 뒤 홀로 6살 딸을 책임지는 엄마였고 딸아이에게 엄마는 하늘이었다"며 "하루아침에 하늘을 잃게 만든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꼭 보복살인으로 엄하게 벌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 피해자인 B(37·여)씨 측 변호인은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4만 4000명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정에 나온 B씨의 사촌 언니는 재판 내내 울먹였고, 재판이 끝난 뒤 퇴장하는 A씨를 향해 "내 동생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스토킹하다가 잔인하게 살해한 범행"이라며 "어린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범행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검찰은 B씨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B씨 딸의 심리상태 검증 결과도 제출할 계획이다.

피해자 B씨 사촌 언니는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A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반성을 안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을 잘 해줬으면 좋겠고 사법부가 엄벌에 처할 거라고 믿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은 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냥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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