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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영국 창조경제는 성공 신바람 (中)

   
입력 2023-09-18 19:15

이영렬 서울예대 영상학부 교수


[포럼] 영국 창조경제는 성공 신바람 (中)
K콘텐츠노믹스로 저성장 돌파하자


"창조산업은 영국의 진정한 성공 스토리이다. 우리는 이 믿을 수 없는 성공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리시 수낵 총리)" "창조산업 지원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영국을 세계 문화지도의 최상단에 두겠다.(제레미 헌트 재정기획부 장관)" 영국 정부는 지난 6월23일 창조산업의 규모와 일자리를 2030년까지 약 50%나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총리와 재정기획부 장관은 이처럼 '창조산업을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창조산업은 음악·TV·영화·공연예술 같은 콘텐츠 산업에다 IT 산업을 더한 것인데, 영국에서는 요즘 창조산업이 경제성장과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다. 한국의 K콘텐츠 산업이, 매출·수출 증가율 뿐 아니라 관련 소비재 수출과 관광 등에 유례 없이 기여하면서도 국가·경제 정책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영국에서는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 정부가 '창조산업'의 깃발을 내건 이후 점차 보다 넓은 의미의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함께 써왔는데,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2013년 출범하며 같은 이름의 '창조경제' 정책을 제시하여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창조산업 부문의 일자리를 현재의 200만 개에서 추가로 100만 개 늘리고, 산업의 총부가가치를 현재의 연 1080억 파운드에서 500억 파운드 늘린다는 '야심적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창조산업에 대한 기존 지원에 더해 7700만 파운드를 새로이 투입하기로 했다. 이러한 계획은 창조산업의 지난 10년 간 성장률이 전체 경제성장률의 1.5배 이상이며, 일자리는 2011년 이후 여타 산업의 5배 이상으로 늘어난 성과에서 비롯되었다. 창조산업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피) 이후 교역·투자 감소와 저성장 시대에도 효자 노릇을 해온 셈이다.

창조산업은 1998년 '창조산업: 맵핑 보고서'에서 '영화·TV와 라디오·음악·공연예술·디자인·출판·공예·건축·고미술·공예·광고·오락용 소프트웨어·소프트웨어' 등 13개 분야로 지정됐다. '개인의 창의성과 기술, 재능에서 비롯되어 지적 재산(IP)의 창출과 활용을 통해 부와 일자리를 만들 잠재력을 가진 산업'이라는 정의에 따른 것이다.

창조산업은 침체된 제조업 등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목적 아래 국가전략산업으로 시작되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26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수낵 총리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생명과학·녹색 산업·기술·첨단 제조·창조산업 등 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창조산업을 대표적 성공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의 혈액과 같은 창의성과 혁신이 제조·유통·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에 넘쳐 흘러 경제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영국의 프론티어 이코노믹스 연구소는 지난 6월 "창조산업 기업들에서의 지식과 혁신이 관련 기업에 접목되어 전체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창조산업 정책의 두 기둥은 창의적 인력 배출을 위한 '교육·훈련'과 지역 창조 클러스터(특구) 조성을 통한 '지방 개발'이다. 이 정책은 2001년 발표부터 '창조산업의 재료는 사람의 창의성'이라는 믿음 아래 교육과 기술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2008년 발표한 '창조적 영국: 새로운 경제를 위한 새로운 재능'이라는 실행계획은 8개 부문 26개 과제를 망라하는데, 그 제목처럼 교육·훈련에 방점을 두었다. 브라운 총리는 "모든 창의적 과정은 학교에서 시작된다"며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주 5시간의 문화 예술 교육을 제안했다. 창조산업에 역량을 갖춘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현장 견습생 제도와 직업 프로그램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조산업 육성을 지역 개발과 연결, 지방에 창의 클러스터(특구)를 9개 조성했는데, 지난 6월 비전 발표에서 6개를 신규로 만든다고 밝혔다. 정부가 7560만 파운드를 지원하고 민간이 6300만 파운드를 투입해 유럽 최대 규모로 만드는 '가상 프로덕션 스튜디오'도 버킹햄셔 등 지방에 두기로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민관 창조산업위원회(CIC), 보수 · 노동 양당 및 의회,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자금(펀드)과 세제 지원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문화산업'이 '경제'이며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공감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국 창조산업은 해리 포터 시리즈, 테이트 모던 미술관, 런던 웨스트 엔드 뮤지컬 등을 보여주며 앞에 언급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K콘텐츠 산업의 매출·수출 증가율(2021년 각각 7.1%와 4.4%)과 'BTS' '오징어 게임' 등이 세계적으로 일으킨 '한류'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수낵 총리가 창조산업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며 인용한 사례는 인기 가수 '아델'과 '에드 시런', 월드 클래스 수준의 국립 극장 정도였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의 규모와 일자리 창출을 현재 수준에서 50% 정도 늘리는 '야심적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K콘텐츠노믹스는 영국 창조산업과 비교해 더 큰 경제성장의 발전소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K콘텐츠노믹스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게 할 폭발적 에너지를 만드느냐는 정부와 산업계가 유례 없는 '한류'의 기회를 잡아 어떤 비전을 세우고, 그림을 그릴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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