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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기술평가 A 받고 실적 `제로`… 신뢰 잃은 기술특례상장

이윤희 기자   stels@
입력 2023-11-19 16:55

올해 32곳 상장, 역대 최대치지만
과반수 매출 부진·실적 미달
거래소 "3년내 부실 땐 페널티"


최근 '실적 증발'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두는 기술특례 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한 제도가 상장 가치가 없는 회사의 상장을 위해 악용됐다는 의혹이다.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은 매해 늘고 있지만, 공모 당시 목표로 한 실적을 내는 기업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상장 이후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32개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05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203개의 기업이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는데 예년보다 올해 기술특례 상장이 크게 늘었다.

특히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역대 최대 금액 조달에 성공하며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월 상장 당시 파두가 기술특례 트랙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2000억원에 육박했다. 기술성장기업 중 최고액이었으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으로 '조 단위' 대어였다.

하지만 파두는 상장 석 달 만에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에 그쳤고, 3분기 역시 3억원에 불과했다. 파두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을 1203억원으로 제시했다. 1분기 매출액이 17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의 매출이 예상치에 부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 상장한 자람테크놀로지, 시큐레터, 센서뷰, 에스바이오메딕스, 씨유박스 등 다수의 기술특례 기업도 3분기 누적 매출 기준으로 공모 당시 제시한 목표 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장한 기술특례상장기업 28곳(스팩 합병 상장사 4곳 제외) 중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보이는 기업은 총 18곳으로 과반이 넘었다. 현재의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종목도 많았다. 지난 9월 공모가 4만67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코어라인소프트는 17일 종가 기준 1만7540원으로, 62% 낮은 가격으로 떨어졌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공모가(1만8000원) 대비 59.6% 하락한 7000원대에 거래됐고, 시지트로닉스가 공모가(2만5000원) 대비 53.76%, 오픈놀은 공모가(1만원)에서 40%가량 쪼그라들었다. 씨유박스와 버넥트 등도 공모가 대비 반토막났다.


기술특례상장은 일반적인 상장 요건에 부합하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기술력이 높은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 제도다. 매출액, 이익, 시가총액 등 요건을 엄격히 따지는 일반 상장과 달리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면 전문 기관의 기술평가를 받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파두 사태가 벌어지며 투자자들은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두의 주가는 9월 12일 기록한 고점 4만7100원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사기 상장'이란 비난에 대해서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파두는 상장 전 기술성 평가에서 AA, A등급을 받았다. 기존 팹리스 기업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기술성 면에서는 충분히 상장 가능 요건을 갖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벤처의 초기 성장동력 지원이라는 기술특례 상장의 역할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재무적 요소도 완전히 배제해선 안되고 그를 위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국가 차원에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우수 기술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특례상장에 우호적이던 금융당국도 주관사의 책임을 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기술특례상장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3년 이내 상장한 기업이 조기 부실화되는 경우, 해당 기업공개(IPO)를 주선한 주관사는 향후 주선 자문에서 페널티를 받게 된다. 거래소는 시장 참여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초부터 개선사항을 시행할 계획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미래가치를 과도하게 반영해 공모가를 높게 산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실적 추정 관련 공시 서식을 표준화하고, 실적 근거를 항목별로 상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실적과 추정치 간 괴리율이 높을 경우에 작성 지침도 통일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파두의 대표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실적 추정치가 적정했는지 살필 계획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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