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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생가를 경찰서로 만들어?…오스트리아 `시끌`

강현철 기자   hckang@
입력 2023-11-20 16:43

브라우나우 암 인에 소재…"역사적 의미 지우는 처사"
"네오나치, 고의로 체포당해 수감되려 할 수도" 우려도


히틀러 생가를 그대로 둬야 하는가 아니면 경찰서로 바꾸는 게 좋은가.


독일과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의 마을 브라우나우 암 인(Braunau am Inn)에 있는 히틀러 생가의 활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히틀러 생가를 정부 방침대로 경찰서로 바꾸기보다는 역사를 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스트리아 북부 오버외스터라이히주에 위치한 히틀러 생가 건물을 2017년 81만2000유로(약 11억원)를 들여 매입한 이래 건물의 활용 방안을 두고 고심해왔다.

정부는 '아돌프 히틀러 생가의 역사적으로 올바른 처리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 건물을 철거하거나 박물관, 연구소 등을 세우는 방안을 두고 수년간 논의를 거친 끝에 2019년 이 집을 경찰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위원회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에 반대하며 "오스트리아는 이 장소가 지닌 역사를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물관 등 역사적 의미를 띤 장소가 될 경우 계속 히틀러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그보다는 "건물이 지닌 인지도와 상징적 힘을 없애기 위한 충분한 건축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히틀러 생가를 지역 경찰서로 바꾸고 그 뒤에 건물 두 채를 새로 지어 경찰관을 위한 인권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이를 위한 공사가 지난 달부터 시작된 상태지만 마을 주민들 사이에선 장소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지우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역 역사 교사인 아네테 포머(32)는 NYT에 경찰서 전환이 "기회를 날려버리는 셈"이라며 자신과 마을 주민 다수는 해당 건물이 나치의 탄생과 활동에 오스트리아가 어떻게 가담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탐구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 공간이 되길 바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소는 어떻게 히틀러라는 사람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관한 공간이 됐어야 한다"며 "이는 악마의 집이 아니고, 단지 한 아이가 태어난 집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아이가 나중에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매입 이전까지 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으로 쓰였던 과거의 용도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972년 당시 민간 소유였던 이 건물이 네오나치 추종자들의 근거지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건물을 직접 주인으로부터 임대해 관리해왔다.



그 후 1977년부터 2011년까지 이 건물은 정부 관리 아래 오랫동안 장애인 복지 시설로 쓰여왔다.
지역 역사가인 플로리안 코탄코는 NYT에 많은 주민들이 건물이 다시 장애인 복지 단체를 위한 장소로 쓰이는 것을 더 원한다면서, 그것이 장애인을 박해했던 히틀러의 뜻에 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히틀러 생가는) 아무도 원치 않는 유산이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서로 바꾸는 것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히틀러와 네오나치 추종자들이 이곳을 찾는 일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인근에서 불법 행위를 하다가 체포돼서 경찰서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블린 돌(56)은 NYT에 이 집이 일부 오스트리아인들이 나치에 가담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는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1889년 이 건물 맨 위층 셋집에서 태어났다.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가족 전체가 독일로 이사 가면서 그가 실제로 이 지역에 머문 기간은 얼마 되지 않으나, 나치 집권 후 나치당의 주도로 히틀러가 태어난 건물은 일종의 '성지'이자 관광지로 변모했다.

2차 대전에서 나치가 패퇴한 뒤 건물은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갔고, 이후 도서관과 학교, 은행 등으로 쓰이다가 장애인 복지 시설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2011년 장애인 단체가 건물에서 나간 뒤 오스트리아 정부는 건물주와 분쟁 끝에 2017년 건물을 강제 매입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소유권을 가져왔다.

현재 히틀러 생가 앞에는 1989년 브라우나우암인 시장이 설치한 "평화,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파시즘이 다시 도래하지 않도록. 수백만 명의 죽음은 그 경고"라는 문구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최근에 이곳에는 주로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려는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히틀러의 생일 등에는 네오나치 추종자들이 찾아와 초나 화환을 가져다 놓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히틀러 생가를 경찰서로 만들어?…오스트리아 `시끌`
오스트리아 히틀러 생가[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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