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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칼럼] 횡재세는 독이 든 성배다

   
입력 2023-11-21 18:44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석병훈 칼럼] 횡재세는 독이 든 성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국내은행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이자 이익을 얻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은행들이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2% 늘었다. 이자 이익만 44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퉈 은행들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횡재세'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 20일 8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이러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은행 때리기'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째, 은행들의 이윤 극대화 유인이 사라져 부실경영과 이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은행들이 아무 노력 없이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신용평가를 철저히 해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차주들 위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금 연체율은 0.47%, 가계대출금 연체율은 0.38%로 코로나19 이전인 2009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업대출금 평균 연체율 0.89%, 가계대출금 평균 연체율 0.48%보다 낮다.

그런데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얻었다고 횡재세를 부과하면 은행들은 더 이상 이윤 극대화를 위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유인이 사라진다. 또한, 비용 절감 및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할 이유도 없어진다. 이는 향후 국내은행들의 경쟁력 약화와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 경제에 자금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돕는 은행들이 부실화될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막는 방법밖에 없다.



둘째,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도 이윤을 극대화할 유인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현재는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은 은행들만을 대상으로 횡재세가 부과되더라도 향후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도 뜻밖의 대규모 이익을 창출하면 횡재세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도 기술혁신이나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훼손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셋째, 상생금융이라는 명분으로 특정계층에만 대출이자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 가계대출 감축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한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조사대상 세계 34개국 중에서 가장 높다.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서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경기침체 발생 확률이 커진다.

이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았다. 매주 금융당국이 5대 은행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며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상승시켜 가계대출을 줄이고자 했다. 그런데 이제 상생금융이라며 일부 계층에 대출 이자를 감면해주면 가계부채 감소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

또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라고 은행들에게 권유하다가 한 달만에 다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대출금리를 낮춰주라고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들은 물론 은행들과 외국인투자자들까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많은 부작용을 내포한 횡재세의 달콤한 유혹을 정부와 정치권은 과감하게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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