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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기술은 인간의 자기표현이다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3-11-21 18:46

에른스트 카프
조창오 지음 / 컴북스캠퍼스 펴냄


[논설실의 서가] 기술은 인간의 자기표현이다
에른스트 카프는 철학 분과로서 '기술철학'을 처음 주창한 사상가다. 카프에 따르면 모든 기술은 인간 신체의 복제다. 인간은 신체기관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도구나 기계를 만들어 이용했다. 예를 들어 돌칼, 돌도끼는 인간의 손톱과 이빨, 팔과 주먹을 본떠 만든 도구다. 렌즈는 눈의 수정체를, 증기기관의 수축·팽창은 신체의 관절 활동을 각각 복제한 것이다. 기술은 객관화된 인간 신체이며, 인간은 자기 밖의 자기, 즉 기술을 경유해 비로소 자기 자신을 인식한다. '객관화된 자기를 통해 자기 인식에 이르는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 기술철학의 골자다.


책은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co-evolution) 관계를 밝히면서 근대 기술철학의 초석을 세운 카프의 사상을 소개한다. 카프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기술이 인간을 통해 진화하듯 인간은 기술을 통해 도약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기술을 고찰할 때 유용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쓸 만한지, 다루기 쉬운지, 잘 작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도구주의' 관점이다. 책은 손이나 눈 같은 신체기관이 기술로 복제되는 과정인 '기관투사'부터 , 인간과 기술의 깊은 관련성을 보여 주는 '형식적 유사성'과 '추상적 유사성', 인간과 기술의 깊은 관련성을 보여 주는 '형식적 유사성'과 '추상적 유사성', 기술철학 관점으로 바라본 문화와 언어와 국가 개념까지 간추려 설명한다.


새롭고 놀라운 기술이 거의 날마다 출시되고 있지만 정작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고찰은 방기되는 상황이다. 기술은 쓰이거나 혹은 버려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늘 상호 작용하는 대상이다. 카프의 기술철학은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여전히 유의미한 통찰을 던져준다. 저자는 부산대 철학과 교수다. 중점 연구 분야는 예술철학과 기술철학이다. 헤겔과 베냐민의 예술철학, 분석미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사회철학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는 기술철학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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