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입조심 해야 하는 심내막염

입력 2024-01-09 10:47

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심장은 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과 접촉하지 않는 매우 깨끗한 장기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드물게 감염되기도 하며, 코로나 유행 때도 극소수에서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일단 감염이 됐을 때는 세균에 의한 감염이 많다. 만일 독성에 강한 세균에 감염된 상태에서 치료하지 않으면 수일에서 수주 이내에 사망하게 되며 이를 급성 심내막염이라고 한다. 혈액에 있는 세균이 심장 내부를 감싸는 막(내막)에 감염을 일으켰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단 균이 혈관으로 들어오면 백혈구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시스템에 의해 보호되므로 특히 건강한 사람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가 심하게 면역이 저하됐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심장 판막 질환이 있거나, 인공 판막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 그리고 선천성 심장 질환이 있으면 세균이 손상된 심내막이나 판막에서 세균 감염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또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는 마약 중독도 세균 감염과 면역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쉽게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미생물이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대개는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이 원인이고 드물게 곰팡이라고 불리는 진균도 감염을 일으킨다. 과거 판막 질환은 주로 류마티스 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했으며 이 때 주 원인균은 연쇄상구균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류마티스 질환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됐고, 따라서 류마티스성 심장질환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돼 퇴행성 판막질환 비중이 증가하는데 이때는 포도상구균이 주 원인이다.

일단 발생하면 열이 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드물게 판막에 세균 덩어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4~6주간 항생제 치료를 하면 좋아진다. 그러나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염증으로 인해 판막이 손상됐거나 판막에 세균 덩어리가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됐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급성보다는 아급성 심내막염이 더 흔하다. 이는 대개 독성이 약한 연쇄상구균이 원인으로 미열, 발한, 오한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또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중이 감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주~수개월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하므로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된다.

이렇게 심장에 염증을 일으키려면 혈액을 통해 균이 심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즉 치과 시술, 소화기, 비뇨기과 시술을 할 때 출혈이 되는 상처를 통하여 균이 혈관으로 침입한 다음 심장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입안을 통해 균이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발치, 임플란트 시술과 같이 출혈을 동반한 치과 치료나 치주염에 대해서는 주의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또 편도선 수술이나 호흡기 점막에 손상이 갈 경우도 위험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미국심장학회는 예방적 목적의 항생제 투여는 과거 감염성 심내막염을 앓았거나 인공판막이 있는 경우에 국한해 권하고 있다. 연구가 계속되면서 예방적 항생제의 사용범위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스케일링처럼 출혈이 많지 않은 단순처치일 때는 특별히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 안에는 700종이 넘는 균들이 서로 균형을 맞추면서 병원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불필요한 항생제를 투여하면 이 균형이 깨져서 오히려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어서 꼭 필요할 때만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평소에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음식을 먹거나 칫솔질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통해 항상 미세한 출혈이 발생하므로 이를 통해 균이 혈액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