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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무책임정치 `달빛철도법` 만든 의원들 총선서 반드시 심판해야"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4-01-25 14:20

최소 6조 투입되는 급하지도 않은 사업에 261명 공동발의 기가 찰 노릇… 책임 물어야
호봉제 없애고 성과급제로 돌려야… 경험 많은 사람 우대하면 중기 인력난 해소에 도움
저출산 대책 이미 늦어… 눈 나올만큼 첫째부터 파격적 지원으로 무조건 아이 낳게 해야
AI 발달로 일자리에 변수…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등 관광·문화사업 인프라 투자 필요


[고견을 듣는다] "무책임정치 `달빛철도법` 만든 의원들 총선서 반드시 심판해야"
박병원 한국경총 전 회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병원 한국경총 전 회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번 총선에선 만들어서는 안 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긴급하지도 않고 편익도 극히 의심스러운 달빛철도(대구-광주간 철도)특별법을 통과시켰어요.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재정권한을 침해하는 막무가내입니다. 최소 6조원이 투입되는 급하지도 않는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다니. 발등의 불인 초저출산 대책에 더 써야지 않겠어요. 그것도 국회사상 최다 공동발의 기록인 261명이 발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박병원 한국경총 전 회장은 일성으로 25일 국회서 통과한 달빛철도특별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회장은 정부, 금융, 기업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비즈니스를 경험한 경제정책 전문가로서 '시장경제 현인(賢人)'으로 통한다. 박 회장은 달빛철도가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나눠먹기의 연장이요, 부패의 담합이라 할 지경이다. 박 회장은 경제정책의 명료한 원칙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정부 정책이 얼마 안 되는 자원(목돈)을 쪼개 푼돈으로 골고루 나눠줘 흐지부지 사라지게 하는데 열중했고, 목돈을 만들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큰 사업을 일구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푼돈주의'(사회정책)가 '목돈주의'(경제정책)를 압도하기 시작한 거지요. 정치인들이 표만 생각해 평등주의로 흐르다 보니 '되는 게 없는 나라'가 된 겁니다."

박 회장의 말을 듣고 있으면 우리 경제에 끼인 병목현상의 원인과 해법이 안개 거치듯 선명히 드러난다. 박 전 회장의 경제 전반에 대한 시야는 넓고도 깊다. 또 당장 도입해도 될 만큼 실용적이다. 발상이 상식을 깬다. 그에게 '현인' '지략가'란 별칭이 붙은 게 괜한 것이 아니다. 박 회장은 경제정책(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우리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비즈니스경영(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싱크탱크(안민정책포럼 이사장) 분야에다 인문적 깊이(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야생화 사진개인전 3회 개최)까지 안 갖춘 것이 없을 정도로 박람강기하다.

박 회장은 경제인으로서 '국민들이 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 정치인들이 국민 눈을 속이는 법을 '찍어내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발등이 불인 초저출산에 대한 그간의 대책에 대해서도 일갈을 멈추지 않았다.

"초저출산 대책이라는 것도 한심하기 그지없어요. 왜 셋째, 둘째 낳으면 더 지원한다며 첫째를 차별합니까. 거꾸로 첫째 지원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도 안 낳는데, 둘째 셋째를 낳으면 더 많이 지원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첫째에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지원을 하고 일단 아이를 낳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녀가 짐이 아니라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둘째, 셋째도 낳으려 할 겁니다."

이밖에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고비용 구조의 밑바탕에 토지이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있다는 점, 현재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서비스산업을 제조업처럼 키우지 못한 단견이라는 점, 내수에만 매달리고 저가정책에 집착해 고급 수요를 해외로 내모는 의료·관광·교육 정책 등 경제 여러 분야에 걸쳐 고견을 들었다. 박 회장의 해법의 근저엔 언제나 일자리가 있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고 일자리가 해결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생각 않는 정책은 모두 가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1가 박 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라이나생명 23층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가졌다. 25일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만들어서 안 될 법, 써서는 안 될 예산을 통과시킨 의원들을 모두 심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오늘 예타를 생략하고 밀어붙이는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국회가 통과시켰습니다.

"국회가 갖는 권한이 입법과 예산감독권입니다. 이 두 개가 국회 권한의 핵심인데, 안 써야 될 데 돈을 쓰면 써야 될 데에 돈을 못 씁니다. 그럼 써야 될 데가 어디냐? 지금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훨씬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하잖아요. 예타는 대상사업을 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데 그치치 않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써야 될 곳에 돈을 못 쓰게 되는 거라고요. 저는 누구나 다 하는 뻔한 소리,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이번 총선에선 만들어서 안 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달빛철도는 급하지도 않고 편익도 극히 의심스러워요. 예타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재정권한을 침해하는 막무가내입니다. 최소 6조원이 투입된다는데, 그 돈을 발등의 불인 초저출산 대책에 써야 되지 않겠어요. 그것도 국회사상 최다 공동발의 기록인 261명이 공동 발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국가가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는 저출산 문제의 본질이 뭡니까? 일자리, 주택, 교육 그다음에 과도한 식비(생계비) 이런 거잖아요. 이게 다 경제문제이고 재정 지출을 늘려가지고 더 좋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인데 돈을 엉뚱한 데 쓰다 보니 정말로 제대로 써야 될 때 충분히 못 쓰게 됩니다. 그 죄를 물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2013년 정년을 60세로 하는 정년 60세 의무화법이라는 게 3년간 젊은이들의 취업 전선을 초토화시켰단 말이에요. 그 당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년이 57.2세였어요. 3년 동안 정년퇴직이 안 이루어진단 말이에요. 정년퇴직 1명이 나가면 신입사원 3명분의 월급이 나와요. 정년퇴직할 때쯤 되면 30년 이상 근무한 거고 신입사원의 3배 정도 월급을 받거든요. 이 사람들이 퇴직을 안 하니 청년 취업이 제대로 됐을 리가 있습니까? 그따위 법을 법이라고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또 뽑는다면, 그런 유권자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 이 말이죠."

-회장님은 '일자리 포커싱 경제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밖에 법을 잘못 만들어 새로 창출될 일자리를 없애버린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직방 같은 경우는 아직 미수에 그쳤지만 그걸 발의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달빛철도도 굳이 얘기하자면 대구나 광주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그런 걸 하는 건, 백번 양보해서 유권자가 원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봐요. 나라 경제 전체나 국민 전체에 부담은 생각하지 않고 그 지역의 이익이 되니까 표 찍어준다고 볼 수도 있지요. 나는 그렇게 보지 않지만요. 국민들이 그런 거 해줬다고 표를 줍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국회의원) 거의 모두가 발의한 거거든.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야당 여당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니까 나만의 공이 아닌 겁니다. 어느 편이 고마운 것도 없는 거예요. 표도 안 되는 짓을 표가 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한심하지만, 그래도 연고가 있으니 그렇다 쳐요. 그런데 아니 부산, 서울, 인천에 지역구 가 있는 의원들이 왜 달빛철도 같은 걸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겁니다."

-돈 낭비 법도 문제지만 새 규제를 만드는 것도 고쳐지지 않고 있어요. 역대 정부 모두 규제혁신을 얘기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플랫폼 기업 규제하는 세상에 없는 규제를 만든다고 하는데, 아니 규제 혁신을 하겠다는 것과 반대로 가는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할 수 있는 게 규제 혁신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재정, 금융 수단을 전 정부가 탈탈 털어가지고 다 쓴 정도가 아니고 독 밑바닥이 뚫어지도록 다 긁어 써버려서 마이너스로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고금리와 고물가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겁니다. 더 이상 재정금융 수단은 쓸 수가 없는 지경을 만들어 놓고 갔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지금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경제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규제개혁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규제개혁 한 게 뭐가 있냔 말이에요."

-윤석열 정부 들어와 규제 혁파 노력의 진정성은 보이는데요.

"맨날 규제 혁파하려면 법을 고쳐야 되는데, 국회에서 야당이 막아서 못 하고 있다, 이런 핑계나 대면서 규제개혁 하나도 못 했잖아요. 그러니까 무슨 좋은 결과가 나오겠어요. 근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도 새로운 규제를 자꾸 만들어 나가고 있단 말이에요. 공정위가 만들려고 하는 플랫폼법은 독과점 폐해를 막겠다는 건데, 세상에 독과점이라는 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요. 국내 시장만 보면 독과점처럼 보이지만 세계 시장 측면에서 보면 독과점은커녕 조무래기다, 이 말입니다.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싸워야 될 판인데 성장을 막고 있는 겁니다."

-국내 기업을 더 키워 해외 기업들과 경쟁시켜야 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나라 제조업은 세계 최강인데 서비스산업은 왜 요 모양이냐 하면,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만들기에 가장 좋은 길인데 데 왜 그게 잘 안 되느냐 하면, 크게 이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서비스산업을 처음부터 제조업처럼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나가서 경쟁하고 돈을 벌어와 달라는 요구를 서비스업에는 그동안 안 한 거예요. 서비스업종은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국내 시장만 파먹을 궁리를 하면서 여태까지 해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진국엘 가보면 남의 나라에 가서 통신회사도 경영하고 금융회사도 경영하고 학생들도 끌어오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서비스업에서도 굉장히 총체적인 국제경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의료산업은 의사 수 늘리는데도 의사협회 눈치를 봐야 할 정도입니다.

"의료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인데, 특히 가성비를 따지면, 의료 수가(酬價)에 비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미국, 유럽 가면 의료비가 너무 비싸거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세계 시장을 '말아먹을' 생각을 안 하느냐 이겁니다. 의협은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데, 사실은 국내 환자만 가지고도 의사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점점 고령화돼 갈 거고 점점 의료 수요가 더 늘어날 거거든요. 국내 환자만 보더라도 사실은 의사 양성을 더 해야 되는데, 전 세계에서 환자를 데리고 온다고 가정을 해보십시오. 아니면 외국에 병원을 지어서 진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는 병원산업에 투자를 못하게 돼 있잖아요. 병원에 투자해서 병원을 경영하지 못하게 하고, 비영리 법인으로만 하라고 하니까, 그럼 우리나라 돈하고 의사하고 다 데리고 다른 나라에 가서 병원 경영하라는 거거든요. 왜 그렇게 안하냐고요"

-의료를 수출산업화 하자는 거군요.

"말하자면 그렇죠. 외국 환자, 외국 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다 수출산업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관광업이 경쟁력이 없어서 국민들이 해외 관광 나가는 거에 비해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들어오는 건 절반 밖에 안 되잖아요. 지금 왜 서비스산업을 이렇게 경쟁력이 없는 상태로 내버려두게 됐느냐 하면, 국제시장에 나가 경쟁할 생각을 안 해서 그런 거거든요. 서비스산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제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 보다 특히 무능하고 게으른 건 아니잖아요. 제조업은 어차피 거의 90% 이상을 해외에 가서 돈을 벌어옵니다. 나라에서 싸니 비싸니 간섭을 안 하고 독점이니 어쩌니 간섭도 안 합니다. 서비스업은 국내 시장만 파먹고 살고 있으니까, 국내 시장만 놓고 보니 독점이니 아니니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돼 있단 말이에요. 요새 해외에서 직구를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렇게 세계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키울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걸 독과점이라고 해가지고 규제를 하겠다고 들면 그게 뭐가 되겠어요? 다 하는 말로 서비스업에도 삼성전자가 나와야 하는데, 국내시장만 보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서비스산업 발전이 안 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하나는 지난 정부가 제일 심했지만, 그 전, 전, 전, 전, 전, 역대 우리나라 모든 정부가 서비스업의 가격은 억누르는 것을 능사로 했다는 것입니다. 가격통제를 한 거예요. 지금 14년 동안 대학교 등록금을 안 올려 주었고, 건강보험 수가도 가능하면 안 올려주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를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통신료 깎는 겁니다. 그다음에 역대 정부가 수없이 해온 것 중에 하나가 카드수수료 삭감인데, 이제 더 이상 깎을 게 없어서 요즘은 안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