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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건강식품회사 키워 사모펀드 매각 대박 … 스타트업 업계 오은영 되고파"

임재섭 기자   yjs@
입력 2024-01-31 10:58

김기현 그랑알파컨설팅 대표·한양대 고령산업융합학과 IAB자문교수
안정적인 가정서 자랐지만… '세이노의 가르침' 책 읽고 창업 결심
4명 모여 공동운영… 세무·회계·법률 문제 직접 처리 회사 일궈
"투자 받는데 힘쓰는 사업 아닌 소비자 만족시키는 사업 돕고 싶어"


[오늘의 DT인] "건강식품회사 키워 사모펀드 매각 대박 … 스타트업 업계 오은영 되고파"
김기현 알파그랑컨설팅 대표·한양대학교 고령산업융합학과 IAB자문교수

"회사 매각요? 아까웠죠. 하지만 매각하면서 이상한 일도 많이 일어나다보니 뒤탈이 없을 투명한 회사를 고르게 돼 모건스탠리PE에 매각하게 됐어요."


김기현(38·사진) 그랑알파컨설팅 대표는 본인을 포함한 4명이 공동창업해 6년간 키운 건강기능식품 회사 '라이프앤바이오'를 매각할 당시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2022년 4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모건스탠리PE는 2014년 한화L&C(현 현대L&C) 인수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으로 라이프앤바이오라는 회사를 사들였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기능식 시장이 꾸준히 성장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800억원 규모로 알려진 김 대표 회사의 매각 소식에 주변에서는 '대박'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김 대표도 "우연들이 겹쳐서 매각 과정이 잘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광주에서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차렸으나, 곧 '마케팅 말고 우리 것을 팔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2016년 회사의 DNA를 완전히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존 마케팅은 접고 건강기능식품 회사로 바꿔 새롭게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의 동업자와 공동창업해 6년 정도 함께 일했다.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동업은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통념을 깬 사례다.

김 대표는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면세점에 물건을 발주한 건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실상 박살이 났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외주를 쓰는 데 반해 저희는 제조 레시피도 갖고 있었고 세무·회계, 기타 법적 문제까지 직접 전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항상 '내가 알 때까지 공부한 후 직접 처리한다'는 끈기와 스타트업이 놓치기 쉬운 '투명함'을 지킨 것이 회사를 키우고 큰 매각 건까지 이끌어낸 원동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 회사의 매출은 네이버와 자사 몰에서 대부분 발생했기 때문에 매출처가 깔끔했고, 또 4명이 동업하다 보니 감시자가 많았다"면서 "의사결정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누수 같은 게 적은 회사였던 게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파는 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했다"면서 "3년 치 재무재표만 가지고 회사소개서도 변변하게 없는 상태에서 의뢰도 하고 회계법인, 상장회사, 투자법인을 개별적으로 만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회사 운영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교사인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던 IMF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제적 안정'이 주는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를 위험부담이 큰 사업으로 이끈 것은 군 생활이었다. 군에서 읽게 된 책 '세이노의 가르침'이 그의 마음속에 불을 지폈다.


김 대표는 "책 속에 피보다 진하게 살라는 구절을 읽는데, 그 순간 나는 여태까지 남한테 청탁해서 인생을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금도 그 구절을 기억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매각 후 한양대 고령산업융합학과 IAB(산업연계교육자문위원회) 자문교수를 맡았다. 또 "스타트업 계의 오은영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설정했다. 본인이 끈기와 투명함으로 가치가 있는 회사를 키워낸 것처럼, 다른 사람의 돈을 투자받는 것보다는 아이디어가 있고 소비자나 다른 기업을 만족 시키려 하는 '진짜 스타트업' 회사를 만들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매각 한후 VC(벤처캐피털)·투자 관련 회사에서 제안이 왔으나 공부를 하다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스타트업을 살리는 사람을 하고 싶어졌다"면서 "VC나 투자는 돈을 받아서 이윤을 줘야 하기 때문에 투자 수익율에 집중이 돼 있는 구조였다. 인생을 바로 살고 소비자나 기업을 만족시켜 매출을 내는게 사업의 본질이라 생각해온 입장에서는 '돈넣고 돈먹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스타트업도 창업지원금 규모가 매년 늘어나면서 지원금 따고 투자를 받는 것에만 고민이 집중되는 구조인데,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창업지원금 사업이 나오면 브로커들이 파워포인트 장당 2~3만원 받는 것은 기본이고 절반인 5000만원 수수료를 떼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저는 직접 해결 방법을 찾는 모델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평생 호기심 어리게 관찰하고 파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이상한 소리는 안 하는 사람이 목표 중 하나"라며 "젊은 세대도 관찰하고 파악하고 싶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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