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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정책톡톡] 결국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안이했던 정부

최상현 기자   hyun@
입력 2024-02-01 18:05
[최상현의 정책톡톡] 결국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안이했던 정부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1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건물에 중처법 유예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둘러싼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습니다. 법은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부산과 강원의 사업장에서 잇달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적용 대상 기업이 수십 만에 달하는 만큼 적용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앞으로 극적인 협상 타결을 통해 추가로 준비할 시간을 얻어낼 수도 있지만, 정부·여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 야당이 추가로 제시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조건까지 받아들였지만 끝내 불발 통보를 받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적용을 앞둔 작년부터,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예산입니다. 정부는 민주당이 법 적용 유예 조건으로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 증액 방안을 제시하라'고 하자, 지난해 12월 부랴부랴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10월부터 준비했고 급조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그래도 늦었습니다.

대책을 통해 △산업안전 대진단 △안전보건 관리역량 확충 지원 △작업환경 안전개선 지원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 등에 예산 1조 2000억원가량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내용이 이전에 해왔던 사업입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 상향으로 3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올해 중대재해 대응 관련 예산이 1조1000억원이었습니다. 인건비 및 물가 상승에 따른 자연 증액분을 빼면, 내년 신규사업 예산은 12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정부가 어떤 사안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는 예산으로 표현됩니다. '예산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되고 나서 대책 마련에 들어가 미처 반영을 못했다. 내년 예산에서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해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당시 정부에선 "50인 미만 중대재해법이 바로 시행되지 않고, 유예에 성공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예 합의에 실패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한 정부 관계자는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되지만, 정말로 바로 시행이 된다면 대처하기가 난처할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중대재해법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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