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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칼럼] 삼성전자가 나스닥에 간다면

김화균 기자   hwakyun@
입력 2024-02-06 19:29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김화균 칼럼] 삼성전자가 나스닥에 간다면
미국 증시에 새로운 선도주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2010년대 '팡(FAANG)'에서 지난해 '매그니피션트 세븐(7)'을 넘어 'AI5'란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FAANG'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릿스, 구글 등 5대 빅테크 기업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M7'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동반 상승한 대형 종목들을 말한다. 인기 서부영화의 제목을 가져다 붙였다. 'AI5' 는 AI 관련 기업 5개를 묶은 것이다. MS와 반도체 관련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 TSMC, 브로드컴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이 MS에 밀리고, 테슬라도 시총 10위로 빠지면서 새로운 테마로 등장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기업 TSMC가 'AI5'에 포함된 점. TSMC는 엔비디아와 AMD가 설계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비롯해 세계 반도체의 절반이상을 생산한다. TSMC 없이 AI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AI5'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TSMC는 대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속에 혁신을 거듭하며 세계 최고의 무대(뉴욕 증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총은 삼성전자의 배를 넘는다. 삼성전자는 좁디 좁은 한국 땅에서, 각종 이슈에 갖혀 '7만전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이 아니었더라면, TSMC처럼 뉴욕증시에 상장했더라면, 'M7'이나 'AI5'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작년 말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삼성전자는 1.31배, TSMC는 6.5배다. PBR는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그나마 PBR이 1배 이상이다. 국내 다른 기업들의 PBR은 처참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탓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PBR은 1.05배다. 코스피는 0.95배로 1을 넘지 못한다. 선진국 평균 3.1배는 물론 신흥국 1.61배보다도 낮다.

정부도 뒷짐을 풀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24일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등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은 발빠르게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게획을 내놓았다. 기대감을 품은 시장에서는 '저(低)PBR주'가 관련 테마로 인식되면서 투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아예 기름을 부은 곳도 있다. 개별 종목을 콕 찍어 숫자까지 내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4일 "이사회가 재무상태표 비효율성을 없애고 제대로 주주환원을 하면 현대차는 주가는 50만원(6일 종가 23만5500원)까지 뛸 수 있고, 삼성전자 주가도 13만원 대에 안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금융의 주가도 10만원(6만3100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에게 번 돈(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상장사의 의무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칫 미래 투자 축소 등 기업의 성장 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사(이익의 재투자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젯밥(배당, 표) 챙기기 냄새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포럼이 제시한 '50만 현대차'의 전제조건은 보유현금 19조원 중 8조원을 투입해 우선주 전략을 매입·소각하는 것이다. '13만전자' 역시 막대한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의 체력(경쟁력) 강화 요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주주환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결국 총선을 앞둔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주가 부양책'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국가대표 기업들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에도 삼성전자는 시장으로부터 미래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경쟁자 TSMC는 설립 36년만에 처음으로 삼성 반도체의 매출을 넘어섰다. 한 물간 기업이라고 여겼던 일본 소니의 영업이익도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현대차나 기아의 앞날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경제의 핏줄인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초라하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의 '2023년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를 보면 국내 1위인 KB금융이 60위에 턱걸이 했다. 신한금융은 63위, 하나금융은 76위, 우리금융은 93위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퇴임한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KB금융이 리딩 금융이라고 하지만 세계 60위권에 머물고 있다. 상당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KB금융이 세계 20위권 안에 들려면 (자본 규모를) 최소 2.5배 늘여야 근접할 수 있다"면서 "개별회사가 노력을 해서 가능한 부분인지에 대해서 다같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은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체력 강화라는 노(老) 금융인의 진단이다.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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