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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들고 줄 서는 실버 주택… 침체 탈출구 찾는 건설사들

이윤희 기자   stels@
입력 2024-02-07 17:01

건축허가 어려운 곳에 사업가능
취득·등록세 등 할인 혜택 많아


`뭉칫돈` 들고 줄 서는 실버 주택… 침체 탈출구 찾는 건설사들
연합뉴스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하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주택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민간 건설사들도 시니어 주거 관련 사업에 적극 진출 중이다. 시니어 주거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거니와 건설사 입장에 노인복지주택 사업시 인허가와 세제 등 개발 규제상의 이점이 있어서라는 전언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시행사들은 시니어 주택 개발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롯데건설의 'LV르웨스트'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공급하는 시니어 주택으로,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는 월세 방식인 '표준형'의 경우 최고 보증금이 18억원(149㎡ 기준), 월 임대료 등 생활비가 500만원 이상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총 810가구 대부분의 임대계약이 완료됐다.

국내 1위 PM(건설사업관리)기업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는 내년 3월 중위소득 노년층을 대상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총 115가구 규모의 시니어 주택 '위례 심포니아'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올 6월 모델하우스를 열고 본격적인 입주자 모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덕배 한미글로벌디앤아이 전무는 "중위소득 계층의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시니어주택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부대시설을 제공하되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업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시니어 주거공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경기 하남시를 시니어 주택 개발지 후보로 삼아,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인력을 채용 중이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시니어 주택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은 오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시니어주택(유료 노인복지주택)은 전국 39곳, 8840가구 규모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해 기준 65세 인구는 898만명에 이른다.

과거 지어진 시니어 주택들도 여전히 수요가 넘친다. 경기 용인시 '삼성노블카운티'와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 500' 등 수도권 지역의 유명 실버타운은 대형 평수 기준 보증금만 10억원 이상이지만 공실이 거의 없다. 심지어 돈이 있다고 당장 입주할 수도 없다. 입소 대기 기간만 최장 3년에 달한다.



2001년 문을 연 삼성노블카운티는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평형에 따라 보증금 2억1000만원에서 최대 9억7000만원이고 월 생활비 290만~560만원 정도가 든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더클래식 500은 유료 양로시설로 인가를 받아 2009년 입주를 시작했다. 더클래식 500은 입지가 우수하고 편의시설이 뛰어나 국내 시니어주택 중 평당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가장 비싸다. 55평 단일 평형으로 보증금 9억원에 관리비 포함 월 생활비는 500만~600만원 정도다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종암동 노블레스타워는 전문건설·레저산업 업체 백마C&L이 운영하고 있으며 총 239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보증금은 3억~5억원대이고 식사비(45식)를 포함한 관리비는 33평형 기준 1인에 월 167만원 2인 230만원 수준이다.

건설사들이 시니어 주택 공급에 나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건축물의 용도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주택 개발이 어려운 그린벨트 등 자연녹지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쉽게 건축이 허용된다. 엠디엠 그룹과 대우건설이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에 공급하는 '백운호수 푸르지오'는 분양형 오피스텔 842실과 만 60세 이상만 입주 가능한 호텔식 노인복지주택 스위트 536가구가 함께 들어선다. 이 부지도 과거 그린벨트로 묶인 곳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노인복지주택은 자연녹지 같은 아파트 건축 허가가 어려운 곳에도 지을 수 있고, 이런 땅은 택지에 비해 훨씬 저렴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취득·등록세나 전기요금도 할인 혜택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때 국내 중소형 호텔 등 단기 숙박시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숙박 서비스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도 호텔식 시니어 레지던스에 눈을 돌렸다"고 전했다.

법적으로 노인 주거 복지시설은 양로 시설과 노인 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으로 나뉜다. 시니어 주택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도 과거 매매가 가능한 분양형과 임대형이 있었지만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임대 형태로만 공급할 수 있다.

노인 복지 전문가인 이한세 박사는 "노인 인구는 현재 1000만명에 달해 이들 중 1%만 시니어주택에 간다고 해도 10만명이다. 시니어 주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초기 자금이 많이 드는 사업인데다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남기기도 어렵다"면서 "아직은 대기업이 아니면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종교단체가 나서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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