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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에 나토 공격 권유"...이게 트럼프의 발언이라고?

강현철 기자   hckang@
입력 2024-02-12 10:09

NYT "트럼프, 우방보다 적의 편"…유럽 강한 반발
바이든, "끔찍하고 위험"..."세계질서 위협, 글로벌 안보우산 종식 가능성"
한국전쟁 같은 전쟁 더 부추길 가능성
BBC "푸틴·시진핑, 미 동맹수호 의지 의심하면 큰 오판"


'독재자' 논란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다면 세계 질서에 폭풍이 몰아칠 게 확실하다. 이번엔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의 트럼프의 발언이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돈 안내면 동맹이라도 방어 안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서면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연합(EU)이 시급히 전략적 자율성을 더 발전시키고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그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그들(나토)이 '돈(방위비)을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고 물어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더니 믿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명이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을 내지 않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며 "난 '그렇게 하지 않겠다. 실은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대선 경선 유세 중이긴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회원국 중 한 곳이라도 공격받으면 전체 회원국이 이에 대응한다는 나토의 집단안보 체제에 정면으로 반한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에 나토 회원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에 '무임승차'한다고 압박하면서 방위비 추가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이번 발언은 이전 무임승차론보다 한 발 더 나간 셈이어서 유럽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프랑스 LCI TV 인터뷰에서 "전에 들었던 얘기다.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라며 "그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기억했으나 실제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2020년에 나눈 대화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 대선에 의존해 우리 안보를 두고 4년마다 동전 던지기를 할 순 없다"며 유럽 지도자들이 국방비 확대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31개 회원국은 'GDP의 2% 이상 국방비 지출'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나토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국 등 11개국만 이를 지켰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기준에 미달했다.

BBC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여름 공세에 실패하고 위태로운 시기를 맞은 나토와 서방 세계에 이번 발언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 발언이 진심은 아닐 것"이라며 도발적인 말로 언론에 주목받고 지지자를 흥분시키는 전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식이라고 해설했다.

BBC는 "푸틴이든 시진핑이든 동맹을 지킨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오산할 수 있다"며 "2년 전 푸틴의 정보원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서방이 수수방관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틀렸고 재앙적 전쟁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나토 돕지 않겠다는 트럼프 비판…"끔찍하고 위험"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강력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내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다시 집권하고 러시아가 우리 나토 동맹들을 공격하면 동맹들을 버리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도록' 두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직무는 (대통령의) 궁극적인 책임이며 대통령직을 맡는 사람들은 이 책임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면서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슬프게도 이런 발언은 백악관 대통령 직무실로 돌아가는 첫날 자신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처럼 독재하겠다고 공약한 남자에게서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우방보다 적의 편"…한국전 부른 '애치슨 라인급' 평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이런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과거 한국전쟁 때와 같이 전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방보다 적국을 편들면서 국제 질서를 뒤엎겠다고 위협한다면서, 그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세계 질서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집권할 때부터 나토의 집단방위 개념을 믿지 않았고, 동맹국들에 자국군에 더 많은 지출을 하라고 압박해왔지만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적국을 선동하겠다는 발언은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또 "모든 종류의 동맹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근 80년간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의 우방을 지켜온 안보우산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다"며 미국을 의지하지 못하게 된 동맹국이 러시아나 중국 등 다른 강대국과 협력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부터 나토에서 미군을 철수해왔다고 위협했지만 첫번째 임기 때 이를 말렸던 조언자들이 지금은 없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이 상원 승인 없이 나토에서 탈퇴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가결됐지만 트럼프는 공식 탈퇴 없이도 나토를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NYT는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에 기댈 수 없게 된다면 미국과 상호 안보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들 역시 미국의 도움을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과거 한국전쟁과 같은 상황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역사는 (이런 상황이) 전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제외한 (극동) '방위선'(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고 덧붙였다.

NYT는 또한 한국이 방위비를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자신의 두 번째 임기에 주한미군 철수가 우선순위 의제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해 온 점을 예로 들면서 그가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러에 나토 공격 권유"...이게 트럼프의 발언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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