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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김세희 기자   saehee0127@
입력 2024-02-12 18:35

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현장칼럼]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1952년 4월 24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제2대 국회의 내무위원장이던 서민호 의원이 지방선거 시찰차 전남 순천에 들렀다가 서창선 대위와 총격전을 벌였던 '서민호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극히 단순했다. 서 의원이 평화여관에서 지방유지들과 만찬을 하고 있는 데, 전남 병사구 사령부 파견 군의관인 서 대위가 이를 엿보다가 시비가 붙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원인을 두고는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검찰의 기소장에 의하면 만찬장에서 다툼을 벌이고 나가던 서 대위를 서 의원이 뒤에서 쏴 죽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 의원이나 변호인들은 서 대위가 수차례 총을 쏘았고, 생명의 위험을 느껴 사살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여야 간 대립으로 번졌다. 국회에선 서 의원의 석방 결의안을 가결했고, 정부는 이를 구실로 5월 26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정부 입장에선 절호의 반격의 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서 의원이 거창 사건·국민방위군 사건 등을 통해 대정부 공격에 앞장섰고, 내각책임제 개헌도 적극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사건은 소위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부산 정치 파동으로 확산됐고, 이후 통과한 발췌개헌은 이승만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이어졌다.

제2·4대 국회의원으로 형법·형사소송법 제정을 주도한 효당 엄상섭(1907~60)은 1955년 당시 이승만 정권의 서민호 의원 사건 처리를 비판한 '서민호 사건과 설마'를 발표했다. '설마' 했던 순간에 예상치 못한 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함이다.

첫 번째 '설마'는 다음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와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몰카 정치 공작이라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친북 성향의 최재형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게 된 경위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고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공작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행하지 않도록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보통사람의 상식에 비춰봤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셈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은 사실을 포착한 게 아니라 미끼를 던져 부정한 행위를 낚아올린, 전형적인 함정취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함정취재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가 김 여사의 선물 수수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선물을 받은 장본인이 김건희 여사가 아닌 다른 공적인 인물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해명과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한다.


정부 여당에서도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던 것을 두고 '설마…' 했던 모양새다. 씁쓸한 뒷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인사는 탄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한 마디는 있어야 하지 않나. 설마 그렇게 표현할 줄은 몰랐다."

두 번째 '설마'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받은 항소심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찔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의 횡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라며 정치 참여를 예고했다. 13일엔 4·10 총선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 발표를 할 계획이다.

정가에서는 조 전 장관이 이른바 '조국 신당'을 창당한 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합류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얻어내고자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으로 당황스럽다. 항소심에서조차 유죄를 선고 받은 상황에서 총선에 출마해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발상 자체가 일반인으로선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국회가 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못해 범죄자들이 도망치는 소도인가. 국회는 불공정과 반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법을 만드는 입법의 공간이다. 설마 이 곳을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공간으로 사용하려는 발상이 놀라울 정도다. 얼마나 더 많은 '설마'가 나와야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 것인가.

세 번째 '설마'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 상태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것이다. 그는 옥중에서 가칭 '정치검찰해체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발기인대회까지 진행된 상태다. 혐의는 더 밝혀져야겠지만, 이미 많은 증언과 정황이 송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 창당보다 그 동안의 논란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하면서 자중하는 게 상식아닐까.

송 전 대표의 창당으로 한 두 개의 '설마'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 더 많은 '설마'를 낳고 있다. 이젠 '최후의 설마'만이 남은 것 같다. 민주당이 범야권 세력을 아우르는 비례위성정당에 '송영길 신당'과 '조국 신당'을 포함시킬 지 여부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총선 승리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이 어떤 결정을 할 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효당 엄상섭이 쓴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saehee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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