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뇌졸중 예방, 왜 어려운가

입력 2024-03-05 18:37

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뇌졸중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 중에서 스트레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첫 4주 동안 뇌졸중 발생 비율은 뇌경색 1.22배, 뇌출혈 1.15배 증가했다. 또 미국 국립보건영양조사를 바탕으로 성인 6019명을 평균 16년가량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등록 당시 불안증상이 있었던 성인의 뇌졸중 발생 위험이 1.14배 높았다.

보고된 수치만으로 보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주 때는 알코올 소비량을, 콜레스테롤은 혈중 수치로 객관화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는 명확히 수치화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연구에서 불안 증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적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이 18~65세 직장인 7만9000명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의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이 59% 높았고, 뇌졸중 위험은 36% 높았다. 만일 직장은 물론 가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사람과 비교했다면 더 크게 격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근육 이완 훈련이나 기도, 명상, 요가 등으로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면 도움이 된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도 상당히 중요하다.

날씨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겨울철에 뇌출혈이 증가하는데, 특히 혈관이 약해진 노령층이나 고혈압 또는 비만이 있는 사람이 추운 곳에 오래 머물거나 실내에서 갑자기 추운 곳으로 나가면 위험하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오르게 되면서 혈관이 파열되어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더위가 심하면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부족해지고 혈액이 농축되면서 쉽게 응고되기 쉽다. 그러면 혈관이 막혀서 뇌경색이 올 수 있다. 특히 심하게 땀을 흘리게 되면 혈중 미네랄 구성이 변하면서 부정맥이 올 수 있는데 이 역시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 더운 바깥에서 갑자기 온도 차가 많이 나는 시원한 실내로 들어와도 마치 겨울철에 밖에 나가는 것처럼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여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뇌출혈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그 중에서도 초미세먼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WHO 기준인 10㎍/㎥를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미세먼지는 폐의 세포와 혈관벽을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고, 그 염증으로 인해 혈액이 응고되어 작은 덩어리(혈전)를 만들어서 혈관을 막기 때문에 협심증이나 뇌경색을 불러온다.

실제로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별 사망자 수는 뇌졸중과 허혈성 심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각각 40%로 전체 사망자의 80%를 차지했다. 폐암과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0%인 점과 비교하면 미세먼지가 호흡기 보다는 혈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WHO는 2014년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를 700만명으로 추정해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 600만명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발표했다. 또 한양대병원 연구팀이 10년 동안 발생한 뇌졸중 환자 1400여 명을 분석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세먼지가 10㎍ 올라갈 때마다 뇌출혈 위험은 9% 상승했고 오존 농도가 10ppb 증가할 때 뇌동맥류 파열 위험은 32% 증가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있으며 산업 발달로 인해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일상화되고 있다. 물론 스트레스는 명상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으로 줄일 수 있고, 미세먼지 역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다소 도움이 된다. 기상이변 역시 냉난방 기구를 사용하여 실내에서는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외에서 있는 시간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또 다양한 기기들을 사용하기 힘들거나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서민들은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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