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열기 검색열기

[오늘의 DT인] "서울대 글쓰기 교수도 자녀 국어교육은 어려웠죠"

이윤희 기자   stels@
입력 2024-04-02 14:27

나민애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
나태주 시인 딸로 '갓민애' 별명으로 불려
서울대 학생 강의평가 1위… 우수교원상도
퇴근후 아이와 책 같이 읽으며 단어 뜻 공부


[오늘의 DT인] "서울대 글쓰기 교수도 자녀 국어교육은 어려웠죠"
나민애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 <노나스튜디오 제공>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능력들의 긴밀한 결합이다. 좋은 글은 풍부한 어휘력과 예리한 논리력, 섬세한 구성력을 요구하고, 비판력과 공감력이 동시에 발휘돼야 한다. 순수하면서도 박식해야 하고, 유머가 있으면 더 좋겠고, 무엇보다 글쓰기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적지만, 우리는 모두 매일같이 다양한 글을 쓰며 산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 등 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서울대학교에서 신입생 필수이수 과목인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나민애(45·사진) 기초교육원 교수를 만났다. 나 교수는 충남 공주 출생으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치고 2007년부터 글쓰기 강의를 맡아왔다. 학생들에게는 '갓민애'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학생 강의평가 1위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우수교원상을 수상했다. 2007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활발하게 평론을 발표해오고 있다.
나 교수는 신입생부터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 대단한 미문(美文)을 쓰라는 뜻이 아니에요. 업무 메일, 메세지, 보고서, 첨부 문서 등 사회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 중 많은 부분이 글쓰기로 이뤄지잖아요. 강의는 토론 수업과 독서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신입생에게 당장 필요한 리포트 쓰기부터 비평문 쓰기도 가르치고 첨삭지도도 매학기 세번은 꼭 하고 있어요."

나 교수는 최근 신간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를 냈다. 국어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나 교수 자신도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대치동 맘'이다. "대치동은 교수 엄마라고 해도 교육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없는 곳이잖아요. 나름 마음 고생을 많이 했어요. '어느 학원, 어떤 수업을, 몇 번을 들어야 한다더라' 하는 말들을 듣다 보면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시행착오 끝에 마음을 잡았다. "아이가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있게 준비를 해주는 엄마가 되겠다, 같이 뛰되 앞에서 끌고 가진 말자"는 다짐을 했다.

대치동에서도 최근엔 국어가 최대 관심사다. '국어는 집 팔아도 안된다'는 말까지 돈다. 영어나 수학보다 단기간에 성적 향상이 어려워서란다. "아마도 인풋(입력)에 비해 아웃풋(출력)이 희미한 과목이라서일 거에요. 국어 잘하는 아이가 다른 과목도 잘하는 것을 봐도 공부는 문해력이 바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전 과목을 모국어로 공부하는 것이잖아요."



국어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천천히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지름길은 없고, 방법은 역시 독서다. 생각이 자라는 건 SNS나 숏폼 동영상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고전부터 읽히라고 하고 고학년이라 급하다면 역사물을 권해요. 저 같은 경우는 퇴근하면 아이와 아이 책을 같이 읽어요.같이 읽으면서 '사또', '경감', '낙인', '변모', '가공' 같이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모두 기록해요. 그런 다음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이미지를 그려보게 해요. 그리고 유의어나 반의어를 일러주면서 어휘를 확장하고 정확한 뜻을 기억하게 하는 식이에요."
지난 십수년 동안 최상위권 신입생들을 가르쳤다. "일단 요즘 아이들은 정말 성실해요. 개강한지 한 달쯤 지났는데 결석도 없고, 지각도 없어요. 종강 이후 학생에게서 이메일이 왔길래 성적 정정 요청인 줄 알았더니, 수업 중 추천했던 책이 좋아서 두권만 더 추천해달라는 부탁이었어요, 학교 추천도서 100권을 다 읽는 게 목표라면서 한권씩 읽어치우는 아이도 있고요. 책을 읽는 것이 무조건 자신에게 이득이다 하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에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 교수는 '풀꽃'이란 시로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딸이다. 아버지는 공주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작품 활동을 했고 딸은 그의 곁에서 풀꽃 같은 문학소녀로 자랐다. "갑자기 '닥터 지바고'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같은 걸 툭 던져주고 가셨어요. '재밌더라. 읽어 보아라' 하시면서요, 어린 저에겐 어려운 책들도 많았지만요. 영화광이기도 하셨는데, TV에서 '명작극장'을 할 때면 꼭 깨워서라도 보게 하셨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벤허'를 몇 번을 ?는지 몰라요."

지방 도시였지만 아버지 덕분에 문화적으로는 풍족한 성장기를 보냈다. 성적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버지가 나교수의 진로에 크게 참견을 하신 일이 있다. 국문학이 가장 좋은 학문이라며 국문학과 진학을 고집하신 일이었다. 아버지가 노래한 자세히 보아야 예쁜 너는 누구일까. 그는 "(웃음)저는 아닌 것 같아요. 아버지의 학생들이 아닐까 해요. 새학기 캠퍼스의 학생들이 정말 예쁘죠. 저도 아이들 덕분에 늘 이십대 같아요." 나민애 교수가 나태주 시인을 많이 닮았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