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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컬처] "완벽 기하는 문화가 수치심 조장"…여성성 프레임 재구성한 마릴린 민터

박은희 기자   ehpark@
입력 2024-04-04 16:45
[DT컬처] "완벽 기하는 문화가 수치심 조장"…여성성 프레임 재구성한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자신의 기쁨과 만족을 위해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방하지만, 기본적으로 판타지는 없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미국의 다학제적 예술가 마릴린 민터는 수십 년간 사진, 회화, 영상, 설치를 넘나들며 극사실주의와 추상 화법을 동시에 구사했다.

이를 통해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한 그의 작업은 현대 소비문화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대중 매체 속 여성 이미지에서 부재해왔던 체모, 튼살, 더러운 발 같은 신체 요소나 몸단장 행위에 주목한다.

작가는 "아름다움을 봤을 때 누구나 기쁨을 느끼고, 그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 본성"이라며 "요즘 문화에서 글래머나 뷰티의 개념은 상당히 피상적이지만 많은 기쁨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신체이형증을 유발하고 여성들은 그 힘을 주장한다"며 "완벽을 기하는 문화로 인해 수치심이 조장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치심이라는 것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최악의 감정이 아닌가 싶다"며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으로, 행동을 달리하면 만회할 수 있지만 수치심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느낌"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조금은 흐트러지면서도 빛나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판단해 '뭔가 이상한데'라는 느낌을 주게 됐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현실을 은폐하고 정제하기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를 택해 여성성을 둘러싼 프레임 재구성을 도모한다. 그 과정에서 '오달리스크' '목욕하는 여인' 등 미술사적 고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특유의 시각 어휘를 발휘해 대안적 관점을 제시한다.


[DT컬처] "완벽 기하는 문화가 수치심 조장"…여성성 프레임 재구성한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리만머핀 서울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성의 입과 입술 이미지를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묘사한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작품들은 여성의 얼굴, 입, 입술, 치아,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되거나 다방면으로 노출된 네크라인을 클로즈업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입술은 상당히 함축적이면서도 다층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생명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에로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치아를 노출시키면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한 여성의 입술을 통해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어서 입술을 소재로 했다"고 전했다.

'White Lotus'(2023)에서는 굵은 진주와 비즈 목걸이를 착용한 인물의 입술은 열려 있고, 피사체의 초점을 흐리는 물방울과 수증기가 화면 전체에 서려 있다. 'Gilded Age'(2023)에서는 살짝 벌어진 검붉은 입술 사이로 보석이 감입된 금속 치아가 드러난다.

이번 신작은 여성 표현에 관한 담론과 매력·아름다움의 개념에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의 대담한 실험을 보여준다. 아울러 작가가 공유하는 페미니스트 렌즈를 통해 시각문화 속 여성 이미지를 재고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이어진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DT컬처] "완벽 기하는 문화가 수치심 조장"…여성성 프레임 재구성한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DT컬처] "완벽 기하는 문화가 수치심 조장"…여성성 프레임 재구성한 마릴린 민터
마릴린 민터 개인전 설치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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