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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정책톡톡] 일부 불법 다단계업체, 무엇이 핵심 문제일까요?

최상현 기자   hyun@
입력 2024-04-04 12:19
[최상현의 정책톡톡] 일부 불법 다단계업체, 무엇이 핵심 문제일까요?
직접판매공제조합이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에서 진행한 불법 다단계 소비자 피해 예방 캠페인 영상광고. [직접판매공제조합 제공]

휴스템코리아는 자사 플랫폼에서 농축수산물을 사고 팔아 고금리 수익을 보장한다며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가입시키면 그만큼 수익률이 높아지고 혜택이 주어지는 전형적인 다단계 조직이었습니다. 휴스템코리아는 약 10만명으로부터 회원 가입비 등 명목으로 1조1900억원을 수수해 가로챘고, 결국 회사 대표 등이 구속기소 됐습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인 박은정 변호사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업체 변호를 맡아 20억대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다단계 사기 특별법 발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다단계를 정부는 왜 미리 막지 않은 걸까요? 사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다단계는 합법입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에는 다단계의 정의와 취해야 할 영업방식까지 친절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제반 서류를 갖춰 공정거래위원회나 지자체 등에 등록하면 합법 다단계이고,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면 불법 다단계입니다. 사실 불법이나 합법이나 그 영업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미등록 다단계 영업을 한 엔씨플랫폼에 시정명령을 부과했습니다. 규제를 덜 받는 후원방문판매업으로 신고를 해놓고, 실제로는 후원수당이 피라미드처럼 내려가는 다단계 판매를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지난 1월에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리뉴메디에 과징금 8억9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방문판매법은 후원수당을 과도하게 올리면 그만큼 상품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판매원 모집 방식도 사행성으로 치우치기 쉽다는 이유에서 상한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뉴메디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총 매출액 35%)를 넘겨 매출의 절반가량을 후원수당으로 지급해왔습니다.


이같은 제재 사례를 보면 정부가 다단계를 대하는 태도가 '금지'가 아닌 '관리' 개념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단계 영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5억원이 넘어야 하고, 소비자피해보상 보험계약도 체결하라는 겁니다. 또 후원수당 지급 상한이 총 매출액의 35%를 넘겨 '지속 불가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선 안 되고, 160만원을 초과하는 물건은 다단계로 팔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당 규정을 어기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제재를 부과하고, 리뉴메디처럼 법 위반 정도가 심각할 경우 검찰에 고발하기도 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단계가 나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간유통 과정을 생략해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제품 추천해준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단계와 같은 판매형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미 성행하고 있는 방식인 만큼, 불법화하기 보단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과도한 부정행위가 없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휴스템코리아와 같이 다단계가 폰지사기로 변질되는 사례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최근에는 코인과 연계한 신종 다단계까지 빗발치는 만큼 법 제정을 통해 관리의 고삐를 죌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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