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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濫우充數 <남우충수>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4-04-04 18:40
[古典여담] 濫우充數 <남우충수>
넘칠 람, 피리 우, 채울 충, 숫자 수. 피리를 불 줄 모르는 악사로 숫자를 채운다는 뜻이다. 실력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있는 척 가장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세태를 풍자한 고사성어다. 많은 사람들 속에 교묘하게 섞여 자신의 무능함을 위장하지만 결국은 허위임이 탄로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내저설(內儲說)' 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피리 연주 듣기를 좋아했다. 피리 부는 악사를 300명이나 뽑아놓고 합주(合奏)를 하게 할 정도로 좋아했다. 그런데 그 중에는 피리를 불 줄 모르는 남곽처사(南郭處士)라는 사람도 끼여 있었다. 악사들이 너무 많았기에 남곽처사는 이를 들키지 않았다.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섞여 피리를 부는 척하며 후한 녹봉을 받았다. 이윽고 선왕이 세상을 떠나고 민왕이 즉위했다. 민왕은 독주(獨奏)를 좋아했다. 한 사람씩 차례로 나와서 피리를 불어보게 했다. 남곽은 큰일 났다 싶었다. 남곽은 자신의 연주 차례가 오기 전에 줄행랑을 쳤다.


이 이야기는 선왕의 실패한 인사 정책을 비판한다. 선왕은 피리를 잘 분다는 남곽처사의 말만 믿고 그를 썼다. 옥석을 가려 인재를 등용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해 국록을 축냈다.

총선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가장 적격자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본다면 이번 총선에선 역량있는 후보들이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거짓말에 속지말고 매의 눈으로 좋은 후보를 골라내야 한다. 남곽처사 같은 자질 없는 부적격자는 걸러내고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가 될 수 있는 후보를 뽑아 국회로 보내야 한다.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만이 나라의 미래를 밝힌다.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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