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전력공사(CEZ)는 이달 30일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로부터 원전 4기 건설 계획을 담은 수정 입찰서를 받는다. 입찰 종료일은 원래 이달 15일이었지만, EDF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체코는 원래 수도 프라하 남부 두코바니에 1.2GW(기가와트) 이하 가압 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한 입찰 기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EDF였다. 하지만 체코는 탈탄소를 위해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2월 두코바니 2기, 테멜린 2기 등 총 4기의 원전을 건립하기로 하고 수정 입찰서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서를 제시하지 못한 웨스팅하우스가 제외됐으며, 체코 원전 수주전은 한수원과 EDF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CEZ는 건설 비용과 방식을 포함한 입찰서를 받고 기술 평가를 거쳐 가격·건설 공기 등 요인을 검토할 예정이다.
CEZ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한수원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원전 APR-1400에서 설비용량을 낮춘 APR-1000 공급을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가 해외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이 마지막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인데, 체코 원전 수주전이 향후 판세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 체코 뿐만 아니라 폴란드,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원전을 무탄소 전원의 핵심으로 보고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력 지원에 나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 고위 인사에 한국 원전의 경제성과 신뢰성을 설득하기 위해 체코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DF의 원전 건설비는 한수원의 3배에 달하고, 공기 지연 사례도 많다는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체코 원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자사 기술을 활용했다며 미국 법원에 체코 원전 수주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일부 활용했지만, 수출을 추진하는 APR-1400은 독자 개발 모델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9월 각하 처분을 내렸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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