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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도쿄에 찍혀진 한국 근대문학의 발자국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4-05-08 18:35

도쿄 이야기
김남일 지음 / 학고재 펴냄


[논설실의 서가] 도쿄에 찍혀진 한국 근대문학의 발자국
한국 근대문학의 흔적을 따라 길어 올린 도쿄(東京) 이야기다. 독자들을 일제 강점기 도쿄 땅 구석구석으로 안내하며 우리 작품과 작가들에 얽힌 얘기들을 전해준다. 최남선, 이광수, 홍명희, 박태원, 염상섭, 이태준, 이상, 임화, 윤동주 등 걸출한 작가들이 도쿄에 남긴 문학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선의 천재 이광수와 홍명희, 두 사람의 인연은 도쿄에서 시작된다. 둘은 도쿄의 어느 공중목욕탕에서 처음 만났다. 이광수는 곁에서 몸을 씻는 이의 이마에 망건 자국이 짙게 나 있기에 조선 사람같아 보여 말을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충청도 괴산 양반가 출신 홍명희였다. 이광수보다 네 살 위인 홈명희는 책벌레였다. 그는 다달이 부처주는 돈이 넉넉해 원하는 책을 실컷 사 볼 수 있었다. 홍명희는 자기가 사서 본 책은 반드시 이광수에게 주어서 읽기를 권했다. 가난한 이광수로서야 감지덕지였다.


이상에게 도쿄는 오만한 도시였다. 그는 삿포르에 있던 김기림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동경이란 참 치사스러운 도십니다. 예다 대면 경성이란 얼마나 얼마나 인심 좋고 살기 좋은 한적한 농촌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쿄에 온 이래 그는 내내 몸이 엉망이었다 1937년 2월 12일 이상은 집 근처 술집에 있다가 치안유지법에 따른 예비검속에 걸려 체포됐다. 한달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해 4월 17일 그는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요절했다.

싫든 좋든 도쿄를 빼놓고는 한국의 근대 문학사를 말할 수 없다. 근대 문학사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주요 작가들은 도쿄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문학과 인연을 맺었다. 미답(未踏)의 여행지로 떠나보자. 그들이 제국의 수도에 찍은 근대의 발자국들을 따라가보면 어느새 우리 문학과 예술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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